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흔한 오해는 중소기업 편만 들고, 적합업종 지정을 앞장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동반위가 중기 편만 드는 기관으로 인식되다 보니 재계와 일부 언론의 공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기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결과인 적합업종에 대해 동반위에 참여하고 있는 재계가 이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업계와 학계는 기껏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사안에 대해 뒤돌아 서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논의 당시에 명확한 논거를 바탕으로 입장을 제대로 밝히고 서로 얘기해야지, 다 합의된 후에 왈가왈부 하는 것은 비겁하고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동반위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결정 과정을 밝혀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고 자발적 협력기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업계의 협의체로 신청이 들어오면 서로 대화와 합의를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있다. 동반위 본위원회는 위원장 1명, 대기업 대표와 중소업계 대표가 각각 9명씩 동일하게 참가하며, 대학교수 등 공익대표 6명을 포함해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의사결정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 업계 대표들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동반위측 설명이다.
사실 동반위는 정부의 간섭 없는 대기업과 중소업계의 협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간 자율 합의기구다. 특별히 중소기업 편만 들 이유가 없다. 아울러 적합업종 신청이 들어오면 적합성과 적용에 대한 토론과 검토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할 뿐, 먼저 어떤 품목을 발굴하고 적합업종 지정을 먼저 추진하고 있지 않다.
사정이 이런 데도 동반위가 중소기업만 대변하는 단체로 인식되는 이유는 적합업종과 동반성장지수 발표 등 업무가 중기를 보호하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한 데 기인한다. 또 중소기업청 등 중기 쪽 인사가 많고, 사무국 역할을 하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중기청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실제 정영태 전 사무총장은 중기청 차장 출신이었고, 현 김종국 사무총장도 경기지방청장 출신이다.
출범 당시 정계 진출을 노린 정운찬 초대 동반위원장(전 국무총리)이 재계의 강한 반발을 부른 원색적인 정치적 구호를 남발한 것도 동반위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 뜨렸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동반위가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동시에 중립적 민간 합의 기구의 특성을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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