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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성철(가명)씨는 회사에서 퇴근해 집에 도착하기 직전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에 대고 '커밍 홈(Coming Home)'이라고 외친다. 김씨가 집에 들어서자 거실의 조명은 이미 환하게 켜져 있고 에어컨의 온풍 기능이 가동돼 집안에 온기가 감돈다.
집에 들어온 김씨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로봇청소기에 "청소는 언제 했니"라고 묻는다. 그러자 로봇청소기는 "오전10시부터 11시까지 지그재그 모드로 청소했어요"라고 대답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김씨는 거실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에 '무비(Movie)'라고 얘기하자 집안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TV의 음향 설정이 서라운드 모드로 바뀐다.
영화관람을 마친 김씨가 리모컨에 '굿나이트(Good Night)'라고 말하자 TV 전원이 꺼지고 침실로 이동할 때까지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최적의 취침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 가정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눈앞에 둔 '스마트홈'의 모습이다.
스마트홈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 모바일 기기가 TV·에어컨·세탁기·냉장고·청소기 등 가전제품들과 무선 인터넷을 통한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집안은 물론 집밖에서도 모든 가전제품을 손쉽게 제어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이처럼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커넥티드(Connected)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처럼 이제 각종 전자제품들이 무선으로 서로 연결되고 상호 소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일찌감치 커넥티드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의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제품들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이 통합 플랫폼으로 연결된 스마트홈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한 삶, 그 이상의 가치'라는 슬로건 아래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올 상반기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우선 전략 가전제품과 스마트TV·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 스마트홈'을 선보이고 단계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기능과 대상 품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스마트홈 등 미래의 가정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가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전자부품을 직접 제조하고 전자업계에서 가장 폭넓은 완제품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사용자와 가전제품이 소통하는 방식 역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모바일 메신저와 스마트가전을 결합한 '홈챗'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과 일상 언어로 대화하면서 가전제품을 제어 및 관리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메신저를 통해 "휴가를 떠난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면 냉장고로부터 "파워세이빙 모드로 바꿀까요", 로봇청소기로부터는 "매일 9시에 청소하면 될까요"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 사장은 "향후 가전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커넥티비티(연결성)"라며 "홈챗은 단순히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와 가전기기가 서로 친밀하게 소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스마트홈 서비스는 같은 업체의 기기들 간에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전자업체의 기기들도 서로 연동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대중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집안의 기기들을 연동시키기 위한 연결 표준규격을 개발해 우선 삼성의 모든 스마트홈 대상 제품에 적용하고 이를 다른 업체 제품까지 확대해 개방형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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