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쏘나타' 구입 고객에게 처음으로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다. 내수 부진과 수입차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는 이달 중 '아반떼'와 'LF쏘나타' 'LF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사면 차 값을 50만원 깎아주거나 36개월 무이자 할부혜택(선수금 20%)을 제공한다고 6일 밝혔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미국에서 '제로금리' 정책을 펴왔지만 국내에서 무이자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벨로스터'와 'i30' 'i40'를 구입하면 30만원 할인이나 연 2.6% 저금리를, '그랜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사면 50만원 할인이나 연 2.6% 저금리를 적용해준다.
별도의 추가 혜택도 있다. 수입차를 갖고 있는 고객이 현대차로 갈아타면 최대 50만원, 현대차 보유고객이 '아슬란'을 사면 100만원을 추가로 깎아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공무원과 군인·경찰·교사가 현대차를 사면 30만원을 더 할인해준다.
기아차도 이달 중 신차 구입시 블랙박스를 반값에 해준다.
현대차가 최초로 내놓은 무이자 할부로 소비자들은 최대 14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3,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LF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평균적으로 148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LF쏘나타'도 이달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무이자 할부를 통해 128만원의 이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아반떼 역시 98만원 싼 금액에 구매하게 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별도의 이벤트 할인금액을 더하면 200만원 안팎까지 혜택이 커진다.
현대자동차가 무이자 할부 혜택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내수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환율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실적이 크게 나빠진데다 안방마저 수입차 공세에 휘둘리고 있어 위기감은 한껏 고조된 상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IMF 위기 당시 내수 판매가 바닥을 치면서 지금과 다른 형태의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통계 자료가 남아 있는 한 현대차가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라며 "출시한 지 1년 밖에 안된 '신형 LF쏘나타'가 포함된 것만 봐도 현재 현대차의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15.4% 감소한 3만1,102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내수판매를 이끌어온 '쏘나타'의 경우 전년 대비 45.1%나 줄어든 8,44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에서 먼저 무이자 파격 할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특히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쏘나타를 '60개월 무이자 할부'로 판매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과 맞서기 위한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3월 2만대를 돌파한 수입차의 거센 도전 속에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하락했다. 환율 이익을 얻은 수입차 업체들은 기세를 몰아 2%대 저금리 정책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시장 뺏기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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