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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相生

흔히 언어는 사회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유행했던 한마디의 말은 당시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을씨년스럽다 ’가 대표적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쓸쓸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을 씨년스럽다’ 는‘을사년스럽다’에서 나왔다. 지난1905년 을사년,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 땅을 강탈한 그해, 한반도에 있는 우리 선조들은 모두 쓸 쓸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운상황이었을 것이다. 지난 4ㆍ15총선 후 최대의 화두는 단연 ‘상생(相生)’이다. 아마 최근 한 달 동안 언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단어일 것이다. 상생은 오행설 에서 나온 말로 서로 조화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모양도 상생은 원형이고 이와 반대인 상극은 별이다. 쉽게 말해서 상생은 서로 양보하며 돕 고 잘 살자는 얘기다. 이러한 상생의 기운이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총선에서 이긴 열린우리당이나 제1야당이 된 한나라당 모두 상생의 정치를 외치고 있다. 이전투구를 일삼던 과거의 정치권이 아니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17대 국회가 상극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중심이 된 상생의 정치로 그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주역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 다. 북한 용천역 열차폭파사고도 한반도에 상생의 기운을 뿌리는 계기가 됐다. 온 나라에 북한주민을 돕자는 물결이 일고 있다. 9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는 ‘북한 용천에 새 희망’을 주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대북지원에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던 한나라당도 이번에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있는 북한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돕 겠다고 나섰다. 재계도 동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이 한창이다. 재계의 리더격인 삼성은 30억원을 쾌척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기업들은 나름대로 가능한 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북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생의 힘으로 헤쳐나갈 일도 아직 많다. 가장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가 바로 노사문제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사간에 상극의 조 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등 뜨거운 감자들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노사간 상생작용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장이기 때문이다. ‘2004년은 상생의 해’, 단순히 소망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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