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권시비 없는 총선 치르라”

김수환 추기경이 29일 신임 인사차 예방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게 `쓴소리` 보따리를 선물로 안겨줬다.

김 추기경은 이날 서울 혜화동성당 사제관에서 정 의장을 만나 “4ㆍ15총선이 걱정이다. 국민참여 0415가 노사모 주축이라고 신문에 났던데 사실이냐”면서 “시비가 없고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해 달라”고 관권선거 시비를 우려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걱정 중 하나”라며 “서울을 다 옮기면 어떻게 되느냐. 대통령이 움직이면 다 가는 것 아니냐”고 여권의 핵심 공약인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정 의장은 “공명선거는 우리당의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 “행정수도 이전은 천도(遷都)가 아닌 행정기능 이전”이라고 해명했다.

김 추기경은 또 “사회 일각에서 반미감정을 부추겨 전체적 흐름이 반미나 친북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젊은이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혀가면서 정작 이 사회에 대해서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내가 보수주의자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을 통해 확실이 여당이 되면 (이념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많아 보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현 여권의 이념 성향을 거론했다.

김 추기경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푸는 데 6ㆍ15 성명 갖고는 안 된다”면서 “우리당이 남북 문제를 풀어가면서 북한의 인권에도 신경을 쓴다면 우리당을 100%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나는 지는 해이고 정 의장은 동쪽에서 뜨는 해”라고 정 의장에게 덕담을 건네면서 면담을 정리했다.

<박정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