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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한꺼번에 몰리면 달러수급 '빨간불'

재정거래 차익 감소·금융권 불안이 매도세 부추겨<br>고유가에 경상적자 겹쳐 달러수요 갈수록 느는데<br>은행권 조달 순탄치 않으면 시장 대혼란 가능성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15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유가 급등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행진,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8조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채권 상환이 한꺼번에 몰리고 국제신용위기 악화로 은행권의 달러 조달마저 꼬이게 될 경우 달러 수급 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채권 매수 세력까지 잃게 돼 금리인상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국인 채권시장서 왜 짐 싸나=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행진이 15개월 만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달러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스와프시장에서 CRS 금리(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조달하는 금리)가 급락하자 하반기부터 국고채와 CRS 금리 차를 활용한 재정거래 목적으로 대규모 채권 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초 재정금리 차는 약 0.50%포인트였다가 하반기 1.20%포인트로 확대된 뒤 올 3월 베어스턴스 파문 때 무려 3.6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설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CRS 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차익거래 이익이 줄어들자 만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정산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국제신용위기 심화로 해외 투자은행(IB) 등 채권 투자자의 자금회수가 시급해졌고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 금융권 불안요인이 커진 점도 외국인의 채권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9월 8조 만기 채권 어떻게 될까=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오는 9월 만기를 맞는 8조원가량의 외국인 보유채권 향배로 집중되고 있다.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상당량의 채권 정산과 자금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운다. 이와 관련, 외국인은 현물채권도 팔고 있지만 국채선물도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다. 3월 초 8만800계약에 달했던 외국인 국채선물 누적 물량은 현재 거의 소진된 상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제신용위기 재발에 따른 자금회수와 재정거래 차익 감소로 상당액의 외국인 채권 자금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대비해 당국에서 국고채와 통안채 신규 발행 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라며 이미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했음을 내비쳤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금융시장연구실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만기도래 채권을 롤오버(연장)시킬지, 아니면 포지션을 청산할지 여부”라며 “현재 불거지고 있는 국내 금융권 불안요인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대규모 채권 정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달러 수급 최악의 시나리오 가나=이 같은 전망처럼 외국인이 일거에 채권을 털고 나간다면 금융시장은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달러 수급이 크게 우려된다. 현재 외환시장은 온통 달러 매수 수요가 그득하다. 국제유가가 최근 3일간 급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대비 76%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그만큼 정유사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30일째 이어지면서 8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대부분 환전 수요로 이어진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경상수지가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8조원의 만기채권까지 상환돼 자본수지마저 순유출로 전환될 경우 달러 매수세는 더욱 커질 게 뻔하다. 특히 9월 은행권이 해외에서 차입한 채권 만기물량도 2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은행권의 달러 조달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만약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은행권의 달러 조달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한은이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풀어야 하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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