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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프로 전향을 선언한지 딱 10년이 된 28일(이하 한국시간) 타이거 우즈(31ㆍ미국)가 4개 대회 연속 우승, 통산 52승째라는 진기록으로 ‘데뷔 10년’을 자축했다. # 연장 접전끝 싱크 누르고 4개대회 연속 우승, 통산 52승… 한 골프장 5회 최다승 기록도
그는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파70ㆍ7,360야드)에서 끝난 WGC(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50만달러)에서 2언더파 68타로 4라운드를 마무리, 최종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스튜어트 싱크와 동률을 이뤘고 연장 4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싱크를 눌렀다. 우즈의 우승 소식은 간추려 적으면 이렇게 몇 줄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의 이번 우승은 끊이지 않는 화제의 연속이다. 보통 주목하는 것은 ‘우승’이라는 결과로 만들어진 갖가지 기록. 우즈는 브리티시오픈, 뷰익오픈, PGA챔피언십을 포함,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연승했다. 그가 99년부터 2000년에 걸쳐 6연승도 세운 바 있기 때문에 ‘4개’라는 숫자 보다는 메이저 대회 2승과 대형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 타이거 슬램(2년에 걸쳐 4대 메이저 연속 우승)을 다시 기록할 상승세라는 측면이 주목할 부분. 우즈는 또 통산 52승을 기록, 바이런 넬슨과 함께 다승 공동 5위에 올랐다. 평생동안 우즈보다 많이 우승한 선수는 이제 샘 스니드(82승), 잭 니클로스(73승), 벤 호건(64승), 아놀드 파머(62승) 뿐이다. 이 대회만 총 5승(99년~2001년, 2005~2006년)째다. 파이어스톤 골프장과 ‘찰떡 궁합’임을 새삼 확인한 우즈는 자신의 ‘한 골프장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이 골프장과 오거스타내셔널GC(마스터스), 토리파인즈GC(뷰익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각각 거둔 4승이었다. 시즌 6승으로 승수 1위, 상금랭킹도 부동의 1위(765만1,563)다. 하지만 이번 우승에서 가장 화제가 될 법한 것은 이런 기록들이 아니다. 전에 없이 험난했던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정신력, 우즈의 집념 앞에 경쟁자도, 날씨까지도 무릎 꿇어 버리는 ‘희한한’ 상황 등이 더 눈길을 잡았다. 우즈는 이전 3개 대회와 달리 좀처럼 앞서가지 못했다. 최종라운드 3홀을 남기고 3타차까지 앞섰다가 발목 잡힌 것은 특히 놀라운 일. 그는 16번홀에서 1.2m짜리 파 퍼트를 놓쳤고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해 16, 17번홀 줄 버디로 추격해 온 싱크에게 연장전을 허용했다. 전날 4홀 연속 보기만큼 충격적이었다. 연장전에서도 내내 불리해 우즈 답지 못했다. 왼쪽으로 휘는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과 세번째홀에서 모두 티 샷을 왼쪽으로 보내 위기를 자초했던 것도 의외의 일. 처음에는 그린 뒤쪽에서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파세이브했지만 세번째홀에서는 왼쪽 벙커에 볼을 빠뜨리고 보기를 했다. 우즈 입장에서 다행이었던 것은 똑같이 왼쪽으로 볼을 보내고도 2타만에 온그린한 싱크가 첫 퍼트를 턱도 없이 짧게 치며 같이 보기를 해주었던 것. 결국 우즈는 연장 4번째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했지만 이것 역시 세컨 샷 직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로 그린이 부드러워져 볼이 구르지 않았고 싱크의 볼은 무거워진 공기를 뚫지 못한 채 그린 앞 벙커에 빠져 버리는 등 상황이 우즈 편으로 돌아선 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가장 큰 도움은 여러 차례 찾아 온 절대 유리한 상황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싱크가 제공했다. 이처럼 전과 달리 힘겹게 우승한 우즈는 이제 자신의 부족한 점 분석과 보충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때문에 그의 우승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즈는 이번 주 메사추세츠주에서 펼쳐지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도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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