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지난 2002년 6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 신용등급 수준인 AA-를 불과 한 단계 앞에 두게 됐다. 피치는 이미 지난 9월19일 한국에 대해 ‘긍정적 관찰대상’으로 올려놓아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안보위험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예견한 셈이다. 아울러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중한 공공재정운영과 수출호조세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의 재정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3%로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 부채(보증부채 포함)는 GDP의 35% 수준으로 동일등급 국가들의 평균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경제의 회복세에 대해서는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피치는 발표문에서 “최근 한국의 거시경제 실적은 실망스러웠고 올해 GDP 성장률은 3.5%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상향조정으로 우리나라는 대외신인도 제고와 함께 해외 자금조달 여건 개선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완만하게 진행되는 경제회복에 가속도를 붙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상향조정에 따라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 중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하지 않고 있는 무디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등급 상향의 키워드는 역시 다음달 예정된 북핵 회담이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무디스는 3대 신용평가사 중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고 이를 등급조정의 핵심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6자 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경우 무디스의 상향조정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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