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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3년물에 투기적 매수세

만기3년짜리 국고채금리가 한때나마 콜금리목표를 밑돈 것은 채권시장이 심하게 왜곡됐다는 뜻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만기가 짧은 채권값이 긴 채권보다 더 비싸야 한다. 다시 말해 장기채의 금리가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장ㆍ단기 금리역전`현상은 불황일 때,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볼 때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몇 차례 있었다. 이런 기형적인 금리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은 우선 경기회복이 열쇠다. 또 자금흐름을 선순환시킬 수 있도록 주식시장 등 외곽지역을 보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불안감이 해소되면 돈이 도는 궤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증시로 돈이 가고 회사채ㆍ기업어음 투자가 늘어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이런 추세라면 통화ㆍ금리정책은 의미가 없으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없인 금리 뒤틀림 이어질듯=1년전인 지난해 6월말 국고채3년물 금리는 5.66%, 통안증권 1년물은 5.39%,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4.91%로, 기간별로 일정한 갭을 형성하며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추세는 작년 11월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하강신호가 뚜렷해지면서 12월들어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고채 3년물에 강한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12월말 국고채 3년물(5.11%)과 통안증권 2년물(5.12%)의 금리가 처음 역전됐다. 올들어 이 추세가 이어지다가 SK글로벌 사태가 터지고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면서 또 한번의 반전이 시작됐다. 지난 3월 18일 국고채 5.00%, CD 5.06%로 대표적인 장ㆍ단기물 금리가 역전됐고, 국고채 3년물 매수세는 끊임없이 강해져 지난 4월 3일에는 마침내 통안증권 1년물 금리보다도 낮아졌다. ◇투기적 거래가 주원인=국고채 3년물 금리가 유독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가들의 투기적 매수세가 한 몫을 했다. 단순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장기물 국채가 선호된다면 3년물보다는 5년물 국채가 더 비싸야 한다. 그러나 지표물인 `3년물`이 기관투자가들의 치열한 머니게임대상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투신사의 한 채권딜러는 “부동산 투기와 똑 같은 현상”이라며 “지표물이라는 상징성과 대량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 추가인하`예상=국고채 3년물 금리가 통화당국이 정한 콜금리 목표치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의 경기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식입장은 `경기가 거의 저점에 와 있으며 금리 추가인하를 지금 언급할 시점은 아니다`라는 것. 이에 비해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는 측은 `경기회복이 아직 멀었고,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콜금리 추가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12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인데도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속락세를 이어간 것은 `이번에 안 내려도 어차피 가까운 시일 안에 내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렇게 한 방향으로 몰아붙이면 통화당국도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압력을 받게 된다. 지난 5월 콜금리 인하 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통화당국이 주춤해 있는 사이에 이번에는 `시장`이 금리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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