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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부담 늘어나는 총급여 과표구간 상향조정 가능성

■ 칼질 불가피한 주요 세법개정안


기획재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고소득자ㆍ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어 서민을 도와주겠다고 개정 방향을 밝힌 만큼 보수 진영과 재계 일각의 반발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런데 복지 확충을 위한 부자증세를 주장해온 야당까지 반대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기재부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조차 개정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죄송스럽다”며 슬쩍 ‘꼬리’를 내렸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마저 개정안을 일부 시정하겠다고 나섰다.

여ㆍ야ㆍ청이 한목소리로 흔드니 정부안에 대해 일부 칼질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이해가 걸린 계층ㆍ단체의 포퓰리즘 공세에 공연히 트집 잡힌 것인가. 논란의 갈피를 잡기 위해 쟁점들을 알아보고 앞으로 어떤 부분들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지 짚어봐다.

월급쟁이 정말 봉됐나...근로소득공제율 축소구간 조정 등 가능성

이른바 ‘유리지갑만 털린다’는 식의 근로자 증세 논란이 가장 뜨겁다. 신용카드ㆍ의료비ㆍ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축소되거나 세액공제 등으로 전환되면서 중산층 샐러리맨들의 연말정산 혜택이 줄어들게 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확충해 조세부담률을 21% 안팎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드러나는 근로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샐러리맨들의 세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맞다. 다만 샐러리맨만 세부담이 느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월급쟁이들의 박탈감을 높였던 비과세 특혜층에도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선 농민이 과세 대상으로 전환된다. 물론 당장은 매출 10억원 이상의 곡물재배매출을 올리는 부농만이 대상이지만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차근차근 과세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성직자 역시 오는 2015년부터 소득세를 물게 된다.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들도 앞으로 매출의 30% 이내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적용 받게 돼 원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부가가치세를 부당하게 환급 받기가 한층 어렵게 됐다.

이 같은 방안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자들의 소득 노출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수술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는 소득공제 등으로 세부담이 느는 소득계층을 총 급여 기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세부담이 늘어나는 월급쟁이의 수를 줄이거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폭이 줄어들거나 대신 체크카드 등에 대한 추가 우대조치가 더 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민주당 관계자들로부터 나온다.

아울러 근로소득공제율 축소시 고소득 급여구간의 축소율을 높이고 저소득층 공제율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민주화 후퇴냐, 기업 팔 비틀기 자제냐...일감 몰아주기 정상거래비율 완화 진통 예고

개정안의 또 다른 쟁점은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상속ㆍ증여세)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가업상속공제 범위에 매출 3,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까지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야권 등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대기업 등을 봐준 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연구개발 관련 세액공제 등 각종 비과세ㆍ감면을 정비하면서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항목들을 대폭 축소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대주주 지분율이나 정상거래비율요건 등의 과세요건을 일부 풀어주기는 했지만 이는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압박할 소지가 있는 부분을 합리화하는 차원이라는 해명도 곁들여졌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는 야권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민주당 측은 특히 중소협력업체들의 매출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상거래비율요건 완화에 대한 칼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연구개발 세액공제 축소 등이 기업투자 활성화라는 큰 줄기에 저촉된다는 기업들의 논리가 수용될 경우 이 부분 또한 미시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세냐, 조세 정상화냐...세부담 경감 쪽 논의 가능성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입법화되면 결과적으로 올해 2조4,9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제도를 고쳐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니 당연히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직접적 증세’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세율을 올리거나 없던 세목을 새로 만들어 납세자를 쥐어짜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대신 ‘세제 정상화’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주로 세제 감면혜택 중 과도하거나 효과가 없거나 오용됐던 항목들을 축소ㆍ폐지하고 소득이 있었음에도 제도의 허점으로 세금을 매기지 못했던 계층에도 세금을 매기는 등 비정상적인 조세구조를 바로잡았다는 뜻이다. 세수는 이 같은 세제 정상화의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더 걷혔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대중을 기만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일반인이 봤을 때 방법이야 어찌됐든 결국 세부담이 전체적으로 늘기 때문에 증세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증세를 하려면 그 대의명분과 불가피성을 당당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 여론의 힘으로 입법을 하겠다는 각오와 배짱이 필요했는데 오히려 증세를 은근슬쩍 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지면서 역풍만 더 거세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어떻게 수정될지 아직 자신할 수는 없지만 주로 중산층 등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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