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분명 21세기이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20세기의 영향력 안에서 살고 있다. 20세기의 산물인 정치체계, 경제체계 속에 살고 있으며 20세기말 형성된 국제 질서 속에서 행동하고 있다. 때문에 20세기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남은 21세기의 갈 길을 모색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다. 프랑스 라루스 출판사가 내놓은 '20세기 박물관' 시리즈는 20세기를 공산주의, 세계대전, 페미니즘, 미국이라는 네가지 주제를 통해 엿보고 이들의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현실에 대해 반추한 책이다. 이미 번역 출간된 두 권에 이어 세번, 네번째 권이 이번에 완역돼 나왔다. 이중 시리즈의 세번째 저작인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은 20세기 여성들의 역사를 여성사의 주요 인물들을 통해 훑어본다. 20세기는 역사상 여성의 지위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시대. 과거 남자의 보조적 역할로만 인식되던 여성이 산업사회를 거쳐 본격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 속에 나서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책은 이런 여성이라는 존재의 역사적 부침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남성위주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이는 프랑스에서 지난해 있었던 '히잡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가부장적 문화의 잔재가 곳곳에 산재하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네번째인 '최초의 세계제국, 미국'은 20세기 100년을 통틀어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역사를 돌아본다. 특히 책이 주목하는 인물은 '초대 제국 대통령'이라 불리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강력한 연방정부의 힘으로 중앙권력을 비축하고 이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뻗치는 이런 방식은 루즈벨트 이후에야 완성된다. '부드럽게 말하되 큰 몽둥이를 준비하라'라는 루즈벨트의 경구는 이런 미국의 세계지배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군대-산업-대학' 복합체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온 미국 사회의 면면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그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면까지 들춰낸다. 여전한 인종차별, 만연한 빈부격차까지 돌아보며 저자는 현재 유일한 국가 성공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모델'에 대한 과감한 성찰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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