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이 전면적인 세제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국내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증세 없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부작용이 더 크고 부가가치세를 단순히 몇% 올리는 방식은 오히려 상당한 비효율과 불공평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됐다.
이경태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22일 고려대에서 열린 '2013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근혜노믹스의 이해와 성공조건'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보육이나 의료 부문에서 보편성이 강해 전 국민이 무거운 부담을 지는 보편적 과세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율 인상을 가급적 안 하겠다는 방침이 임기 5년간은 가능할 수 있지만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전면적 세제개편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전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개 국정목표와 140개 세부과제를 확정 발표한 터라 참가자들의 지적에는 더욱 날이 섰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혜노믹스의 복지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심을 갖고 있다"며 "보편적 복지는 자칫 '복지=공짜'라는 오해를 심고 나아가 '복지=권리'라는 착각을 심화시켜 궁극적으로 자립정신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훗날 북한 붕괴사태시 북한 주민 2,400만명이 복지 수혜자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단순히 세출 조정과 조세특례ㆍ지하경제 축소로 재원을 조성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무리하게 조성하더라도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세금을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근본적 세제개혁 없인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단순히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몇% 올리는 주먹구구 방식은 상당한 비효율과 불공평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ㆍ노동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값등록금은 '정치'일지는 몰라도 결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라며 "대학생 수를 줄이고 모노레일식 학제를 다선적 체제로 바꾸는 근본적인 교육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 '늘지오' 정책 역시 임금과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를 그대로 둔 채 추진하면 이중구조만 더 심화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엔저 공세에 따라 고용ㆍ중소기업 정책도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제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과소평가됐던 환율 수준, 지속된 경상수지흑자 등을 고려하면 환율절상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우리 산업의 구조개편이 필요한데 이는 박 당선인이 제시해온 고용 보호, 중소기업 보호와 상충되는 만큼 기존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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