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CNTㆍCarbon Nanotube)가 새로운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우수한 전기전도도는 물론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열전도도, 뛰어난 인장강도, 높은 표면적 등을 지녀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이상적인 반도체 소재로 평가된다. 반도체는 그동안 집적화의 길을 걸어왔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모으는 방식이다. ‘전자신호가 달리는 도로’인 회로의 선폭을 줄임으로써 전자의 이동거리와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여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70년대만 해도 수 ㎛(마이크로미터)이던 선폭은 현재 0.1㎛까지 얇아졌다. 하지만 현재의 실리콘 소재 위주의 반도체 집적은 10년내 한계를 맞을 전망이다. 집적회로의 선폭이 극단적으로 미세화할 경우 전자신호를 통제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선폭이 10㎚(나노미터ㆍ1㎚=1,000㎛)에 이르면 전자가 얇은 벽을 통과하는 양자현상이 일어나 제어가 불가능하다. 탄소나노튜브의 지름은 1~20㎚ 정도. 반도체 집적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탄소나노튜브에서 하나의 탄소(C)원자는 3개의 다른 탄소원자와 결합돼 육각형 벌집무늬를 이룬다. 만약 평평한 종이 위에 이러한 벌집 무늬를 그린 후 종이를 둥글게 말면 나노튜브 구조가 된다. 나노튜브 하나는 속이 빈 튜브와 같은 모양을 갖고 있다. 종이에 벌집 무늬를 둥글게 말면 나노튜브가 된다고 했는 데 이때 종이를 어떤 각도로 말 것인가 튜브의 지름이 얼마나 되게 말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탄소나노튜브는 금속과 같은 전기적 도체가 되기도 하고 또 전기가 잘 안 통하는 반도체가 되기도 한다. 성질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자연계에서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분자가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두 가지만 알려져 왔다. 그러던 지난 85년 리처드 스몰리와 로버트 컬, 해롤드 크로토 등 3명의 과학자가 헬륨가스 안에서 흑연에 강력한 레이저빔을 쏘아 기화시킴으로써 새로운 탄소분자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탄소원자 60개로 이뤄진 C60다. C60은 ‘축구공’ 모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후 풀러렌으로 불려지고 있다. 이후 91년 일본전기회사(NEC) 부설 연구소의 수미오 이지마(飯島澄男) 박사가 풀러렌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의 탄소구조가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탄소나노튜브의 탄생이다. 풀러렌과 탄소나노튜브의 발견은 새로운 나노 과학기술분야에 창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나노튜브가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는 것은 극단적인 전기적,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크기가 나노 재료에 합당하게 작고 전기적으로 매우 좋은 도체며 다이아몬드보다 좋은 열전달물질이다. 원자구조는 공유결합으로, 탄소-탄소의 결합강도가 높아 인장강도는 고강도 합금에 비해 20배 이상 우수하고 허용 전류밀도도 어떤 금속보다 크다. 내열성 및 단위부피당 표면적이 넓다. 탄소나노튜브의 응용분야는 무한하다. 트랜지스터와 금속배선 등의 반도체소자나 초강력섬유 외에 로직 어레이(Logic Array), 메모리 어레이(Memory Array) 또는 이를 조합한 칩 (Chip)형태의 시스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광학소자분야에서도 나노 크기의 광원 구현이 가능해 디스플레이, 가시광원, X선, 발광다이오드 등에 사용되고 또 수소저장 매체로 에너지 분야 및 나노기술과 관련된 나노저울, 나노집게, 나노탐침 등에도 유용하다. 실질적인 응용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전자소자 분야에서 보더라도 첫째 반도체나 도체 특성을 자유롭게 부여할 수 있는 완벽한 조절기술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부분적으로는 반도체성 나노튜브 만을 정제하는 방식이 몇 가지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 정제효율이 100%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700~2,000도의 고온이나 고압, 고진공 등 값비싼 설비가 필요하다. 최근 상온합성 기술이 알려졌지만 아직 초기단계로 보인다. 또 전자소자에 맞은 구성요소간의 전기적 연결과 이를 위한 위치제어 기술개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삼성종합연구소 재료소자연구소 박완준 박사는 “많은 기술적 불확실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나노튜브는 10년내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라며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대안소재에 대한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