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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동체가 무너진다
입력2006-06-02 17:17:03
수정
2006.06.02 17:17:03
수도권 대단지 '입주자 대표회의' 비리로 얼룩<br>권한 크고 관리는 부실…입주민 불신풍조 극심<br>서울 분쟁조정위 설치區 7곳 뿐 "행정력도 부재"
수도권 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주민자치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질이 부족한 대표 선출과 주민들의 무관심, 행정력 부재가 잇따르면서 아파트 내 ‘공동체 의식’이 붕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800여가구가 입주하고 있는 서울 중계동 주공2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전 회장 Y모씨와 J모씨간 알력다툼으로 애꿎은 주민들만 3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두 전임 회장간 법정투쟁이 전개되면서 입주민들은 입대의를 불신, 관리비 납부를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지난해 겨울 엄동설한에 난방이 끊기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주민들은 아직까지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며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고양시 화정동 D마을 아파트 단지는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부녀회가 결성돼 ‘입주자 대표 몰아내기’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남편 2년, 부인 6년 등 지금까지 특정 부부가 번갈아가며 무려 8년간 입대의 회장 자리를 독식해왔다. 인근 탄현동 K마을 아파트 단지도 지난해 난방 계량기 교체 문제와 회계 투명성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입대의 반대 주민들의 송사(訟事)가 진행 중이다.
입대의를 둘러싼 이 같은 극심한 불신풍조의 원인은 무엇보다 입주민들이 ‘선량한 관리자’로 믿고 회장 자리에 부여한 막대한 권한 때문이다. 회장은 매달 최대 수십억원대의 관리비를 거두고 관리업체들과 도색ㆍ방수ㆍ용역 등 ‘떡고물’ 유혹이 있는 수많은 계약들을 체결할 수 있다. 주공2단지 정상화를 위해 활동 중인 주민 J모(여ㆍ33)씨는 “회장의 자질 부족과 주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회장 자리만 맡으면 당장 차를 바꾸고 자녀를 해외유학까지 보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행정력 부재’ 역시 이 같은 아파트 공동체 붕괴현상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은 각 지자체에 입대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분쟁위가 존재하는 곳은 종로ㆍ노원ㆍ은평ㆍ양천ㆍ구로ㆍ영등포ㆍ강동ㆍ성동 등 단 7곳뿐이다. 나머지 18개 구청은 입대의 문제를 “재산권을 둘러싼 사인(私人)간 분쟁”이라고 외면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 측마저 “입대의 문제는 지자체 분쟁위를 통해 시정명령과 처벌조치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만 되풀이해 ‘규정 밖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김일태(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도시 아파트 공동체 기반을 무너뜨리는 가장 심각한 요인 두 가지가 바로 재건축조합 분쟁과 이 같은 입대의 분쟁”이라며 “행정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결국 주민들간 대표성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성화해 입대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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