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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삶 그리고]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

"10년 내다보고 기술개발 글로벌 경쟁 밑거름 됐죠"<br>"노동운동 대신 경제발전 기여위해 창업" R&D올인 PDP용 재료소재 첫 국산화도



“전자 재료소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으로 한국 전자산업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주전자재료의 임무현(64) 회장은 큰 욕심이 없다. 창업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는 산업역군이 되겠다’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임 회장은 노동운동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노동운동에 투신, 30대 후반까지 14년여동안 노동 현장에서 뛰어다녔다. 그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에 연관돼 온갖 고초를 겪었고 경찰의 감시까지 심해져 노동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접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들어가기엔 취업 경쟁력을 잃은 상황. 임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사업 뿐이었다. 81년 종잣돈 2,000만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임 회장은 “노동운동가로서 못다 이룬 꿈을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창업했다”며 “전자산업의 원재료가 전량 수입되던 것을 국산화하기 위해 재료소재 사업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대주전자재료는 절연재료와 도전재료 등 기초 전자재료부터 PDP용 파우더(분말), 나노 광촉매 등 첨단 소재에 이르기까지 전자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전자 재료소재를 생산하는 전문업체. 초창기에 절연체인 세라믹 콘덴서 등 전통 수동부품 전자 재료소재를 공급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직면했다. “처음에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제품을 모방한 전자 재료소재를 생산했는데 소형화, 멀티화, 고성능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돼 기술력이 떨어지는 ‘초보 기업’으로선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임 회장은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에 올인, 4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행운의 여신은 삼성전자에서 찾아 왔다. 국산화라는 서로의 명분이 맞아 떨어져 연간 5,000만원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력 향상이야 말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임이 확인되자 임 회장은 연구개발과 사업에 대한 의욕을 더욱 불태웠다. 87년부터 해외시장을 직접 돌아다녔고, 89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94년에는 경기도 시화공단으로 공장을 신축 이전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97년 외환위기로 매출이 줄고 이익도 급감하는 고비를 맞았다. 96년 중국 상하이에 세웠던 현지법인과 신설공장의 대금을 내기 조차 힘들었다.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이다. 사업가로서의 ‘승부사’ 기질은 이 때 발휘됐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PDP용 무연(無鉛ㆍPb free) 격벽 유리재료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 임 회장은 “지금도 LCD 대형화 추세에 따라 백라이트유닛(BLU)용 형광체 등의 디스플레이 재료소재와 나노 기술을 적용한 환경친화 소재로 꼽히는 연료전지용 광촉매 등 다양한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의 매출은 2000년 들어 1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491억원(중국 법인을 포함해 연결 기준 매출은 592억원)으로 늘어났다. PDP 격벽재료와 전통 수동부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각각 50%, 4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최근 또 다른 걱정으로 골치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대기업이 재료소재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영역을 점점 잠식해 들어오기 때문. 글로벌 기업과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임 회장은 올해 초 ‘New Start 2006’이란 경영 슬로건을 내걸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세계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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