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내달 한섬을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본격적인인수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네트웍스가 한섬을 인수하면 패션부문 매출이 8,300억원 규모로 2배 가량 커지면서 순식간에 업계 5위권에 진입한다. 특히 오브제에 이어 여성복 최강자인 타임까지 가져갈 경우 제일모직을 제치고 여성복 1위로 올라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문제는 SK네트웍스가 지난 5월12일 한 언론의 인수설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한섬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한 것. 거래소 상장기업이 최대주주 변경, 합병 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3개월 안에 조회공시 내용을 번복하면 벌점을 받는데 이달 중순이면 그 시한을 넘겨 벌점을 피할 수 있다.
◇이창규 사장 “패션사업 6대 신성장축 육성”= SK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도 “공시 번복에 따른 대외신인도 등 불이익을 감수하고 내달 한섬을 합병하겠다는 게 SK네트웍스의 의지”라고 전했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4일 3년 단위의 중기 경영계획인 '투비(To-be) 모델'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2년까지 매출 28조원, 세전이익 4,000억원, 기업가치 6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매출(21조원)보다 33%, 세전이익과 기업가치는 2배 안팎 늘어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3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 창출이 가능한 6대 신성장축(철광석ㆍ석탄ㆍ자동차ㆍ패션ㆍ부동산ㆍ와인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IBK투자증권 이선애 연구원은 "SK네트웍스 의류부문은 대부분 수입브랜드로 구성돼 있어 마진ㆍ매출이 낮다"며 "타임ㆍ마인 등 고객 충성도가 높은 자체 브랜드를 가진 한섬을 인수하면 여성복을 중심으로 규모ㆍ수익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2008년 초 한섬P&D 분할로 부동산 부문이 대부분 분리돼 인수합병하기 편한 구조"라며 "지난 5월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공시도 이달 중순이면 연한이 지나 법에 저촉될 것 없어 더욱 소문이 무성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패션부문 매출은 4,427억원으로 업계 중하위권이다. 패션업계 매출 1~3위는 이랜드(1조3,000억여원), 제일모직(1조2,245억원), LG패션(9,222억원)이며 코오롱은 캠브리지멤버스를 합칠 경우 1조원으로 추정된다.
◇‘인수 앞두고 인사분류작업 진행중’ 소문도= 한편 SK네트웍스 내부도 한섬 합병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한섬 합병설은 꾸준히 돌던 얘기"라며 "내부에서는 확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한섬 인수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한섬 직원들의 인사분류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 직원의 출입카드가 교체되고 졸업증명서를 다시 제출토록 한 것도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한섬의 한 임원은 최근 새 브랜드 런칭을 앞두고 열린 내부 품평회에 "이제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불참, SK네트웍스가 이미 한섬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합병대상 기업의 인사DB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경우 졸업증명서 등을 다시 제출하게 하는데, 이는 M&A 과정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섬 관계자는 "출입증의 경우 디자인 등 일부 직원의 편제ㆍ소속 변경 때문이며, 졸업증명서를 다시 제출토록 한 직원은 일부에 해당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최근 2거래일 650원(6.13%)오르며 6일 1만1,250원을 기록했다. 한섬 주가도 같은 기간 1,650원(10.31%) 상승해 1만7,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