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이 신사업 확보 등 사업 구조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께 마무리 짓기로 예정돼 있는 그룹 차원의 비핵심사업 매각 일정과 맞물려 사업조정 및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24일 계열사였던 두산산업차량과 엔셰이퍼를 합병, 기존 3개 비즈니스그룹(BG) 체제에서 4개 BG체제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기존 전자BG와 모트롤BG, 글로넷BG 등에 산업차량BG가 추가되는 구조다.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엔셰이퍼의 경우 조직 형태를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두산이 새로운 사업부문을 추가하는 것은 2009년 4월 지주회사를 출범한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두산은 2010년 두산모트롤을 흡수 합병한 이후 이번에 3년만에 두산산업차량 인수해 지게차 분야 사업을 추가했다. ㈜두산은 이번 사업추가 전까지 의류사업이나 주류, 식음료사업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데 집중해왔다.
업계에서는 두산 지주회사의 이번 흡수합병이 ㈜두산 사업강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박용만 회장을 비롯한 그룹차원의 신사업 의지가 강하다. 두산은 현재 지주회사인 ㈜두산의 안정적 수익확보와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전자소재와 첨단 유압부품 등에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약 2,9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은 실제 최근까지 지주회사를 주체로 유럽 OLED관련 업체인 노바엘이디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은 당시 이를 두고 "전자는 두산의 핵심 사업가운데 하나"라며 "투자를 통해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지주회사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노바엘이디 인수는 중단했지만 박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두산의 M&A는 언제나 열려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두산산업차량 인수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업계관계자는 "두산산업차량은 불과 2년 전 두산 인프라코어가 비핵심사업 정리 차원에서 외부에 매각하기 위해 계열회사인 DIP홀딩스에 양도했던 사업"이라며 "사업이 안정화되고 성장성을 확보하자 지주 회사가 외부에 매각하기보다 직접 새로운 사업으로 투자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투자 여력이 늘어난다는 점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두산은 현재 자회사인 DIP홀딩스를 통해 내년 6월 마무리를 목표로 비핵심사업 및 자산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DIP홀딩스는 두산이 2009년 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및 그룹의 재무건전성 지원과 그룹 사업구조 조정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현재 KFC를 운영하는 SRS코리아와 두산디에스티, 한국항공우주 등 비핵심자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같은 자산의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DIP홀딩스는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과 2014년 6월까지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인 만큼 업계에서는 오는 하반기부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FC의 경우 지분 매각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KAI 등도 공개매각이 추진 중인 만큼 신사업 확보를 위한 재무적 여건이 곧 마련되는 셈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비핵심 자산 매각이 모두 마무리될 경우 5,000억원 이상의 현금유입이 가능하다"며 "이는 성장동략확보를 위한 투자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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