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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까
입력1999-09-22 00:00:00
수정
1999.09.22 00:00:00
특히 터키 지진으로 1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타이완에도 큰 지진이 일어났다. 이미 1,7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천명이 심하게 다쳤으며 엄청난 물적 피해도 있었다. 사상자는 늘어가고지구촌 가족으로서, 죽은 영혼들의 넋을 빌 따름이다.
그러나 다른나라의 참변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 파장이 몰고올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냉엄한 현실이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타이완 중부지역에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체들이 몰려 있었고 이 업체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타이완 반도체·유화업체들이 지진으로 인한 생산라인 손상과 정전사태로 당분간 가동중단이 불가피해지자 우리업체들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칩 시장에서 10%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타이완에 생산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가격이 급등할 수 밖에 없고 그 이득은 우리업체에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 증시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오르고 해당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도 웃고
그래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단일품목으로서 최대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칩의 가격 상승은 최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를 다시 확대일로에 들어서게 할 엄청난 호재다.
돈을 버는 기업도 좋고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 수 있는 정부도 좋다. 주가가 오르면 일반 투자자들도 좋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찜찜하다.
지난 97년 우리가 당한 환란의 원인(遠因) 중 핵심은 95~96년까지 있었던 반도체의 해외 특수로 인한 원화 환율의 과대평가였다. 당시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면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간 반도체가 워낙 달러를 많이 벌어들였기에 우리의 무역수지는 실력 이상으로 흑자가 부풀려져 있었다. 소위 「반도체 거품」이었다.
반도체를 빼고 우리 무역수지와 그에따른 적정 원화 환율을 계산한다면 달러당 1,000원 이상을 적정 환율로 본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00원을 밑돌고 있었다.
반도체 경기가 사그러 들자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원화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이 시작됐고 여기에 쉽게 무너진 것이 바로 97년 외환위기의 실상이라고 볼 수도
타이완 지진으로「반도체 거품」이 다시 일지 않도록 주의할 시점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불행일 될 수도 있다.
증권부 禹源河차장WH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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