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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툭하면 터지는 납품비리, 위기의 홈쇼핑 <상> 홈쇼핑 아닌 '갑쇼핑'

협력사 뒷돈 받고 카드깡 횡령… 출범 20년만에 비리 온상으로

우월적 지위 악용 납품업체에 횡포… 임원 주식투자 손실까지 떠넘겨

2년새 모든 홈쇼핑업체 수사받아… 윤리경영 강화 자정노력도 역부족

소비자 외면땐 업계 존립 위협


출범 20주년에 접어든 국내 TV홈쇼핑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임직원들의 잇따른 납품 비리를 보면 홈쇼핑이 아닌 '갑(甲 )쇼핑'이라는 오명조차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홈쇼핑업계 전반에 만연한 병폐를 바로 잡으려면 지금이라도 단발성 처벌이 아닌 홈쇼핑 사업권을 박탈하는 등의 강도 높은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은 가전제품 납품업체로부터 납품을 독점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GS홈쇼핑 전·현직 임원 2명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GS홈쇼핑 자회사에 근무했던 다른 임원에 대해서도 4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1호 홈쇼핑이라는 점을 앞세워 그간 정도경영과 투명거래를 강조해온 GS홈쇼핑이었지만 또 다시 납품 비리에 휘말린 것이다.

지난 달에는 NS홈쇼핑 임직원 2명이 속칭 카드깡(신용카드 대출)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허위 매출을 올려 구속됐다. 이들은 카드깡업자들이 가상으로 판매업체를 등록한 뒤 NS홈쇼핑과 CJ오쇼핑에 허위로 상품을 공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해 181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렸다. 지난 4월에는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한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방송 출연 명목으로 20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홈쇼핑업체가 납품 비리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올 들어서만 롯데홈쇼핑·NS홈쇼핑·GS홈쇼핑 3개사에 이른다. CJ오쇼핑은 NS홈쇼핑 카드깡 사건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을 면했지만 2012년 GS홈쇼핑·홈앤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 4개사 직원들이 납품 비리로 무더기 적발된 것까지 포함하면 2년 사이 모든 홈쇼핑업체가 수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홈쇼핑업체 직원들의 비리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품을 방송에 소개해줄 테니 뒷돈을 요구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아 달라거나 이혼한 전처의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보내 달라는 것까지 천태만상이다. 한 홈쇼핑업체 직원은 비리 임직원을 적발하기 위한 내부 감시망이 촘촘해지자 아예 내연녀의 동생 계좌까지 동원해 뒷돈을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유망 중소기업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하자 손실액을 협력사에 떠넘기는 사례도 있었다. 이쯤 되면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집단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홈쇼핑업계는 임직원들의 비리가 잇따르자 앞다퉈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회의, 출장, 식사 등에 쓰이는 모든 부대비용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홈앤쇼핑은 협력사에 지급하는 상품 판매대금을 100% 현금으로 지급하고 지급 기한도 1개월에서 보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에도 고질적인 병폐가 근절되지 않아 허울만 좋은 구호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홈쇼핑 시장은 1995년 처음 등장한 이래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외형을 키웠다. TV방송을 편하게 시청하면서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지난해 거래액은 14조원을 넘어섰다. 미국(9조원)과 일본(5조원)을 앞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갑의 지위를 악용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갖은 횡포를 일삼는 홈쇼핑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업계 전체의 존립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쟁력을 갖췄지만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에게 유통망을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협력사에게 비리와 전횡을 일삼는 영업 행태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리가 불거진 홈쇼핑업체에게는 솜방방이 처벌이 아닌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홈쇼핑업계가 발전하고 유통업계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쇼핑사업자와 납품업체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데 소수의 업체가 운영을 독점하면서 구조적인 '갑을 문제'로 시장이 고착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내부의 자정 노력이 효과가 없다면 신규 사업자를 늘리는 것 못지 않게 비리 업체의 사업권을 박탈하는 등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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