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프레젠테이션에 공을 들여라.'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련한 '조달시장 투자상담회' 현장. 국내 14개 중소기업이 미국 유력 조달 벤더들에게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 미국 업계 관계자들은 조달시장 공략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미 연방조달청(GSA) 프라임벤더인 팬텍(Pantech) 대표 패트릭 헨리씨는 "미국 시장을 잘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중간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며 "제품을 알리기 위한 프레젠테이션과 벤더들이 요구하는 스케줄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CSC의 시니어 디렉터 릭 자프카씨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제품이면 제품, 기술이면 기술에 들어가는 요소들을 확실하게 보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넓어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 조달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들은 사전 정보가 부족해 지레 겁먹고 도전을 피하기 십상이다.
미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미 GSA 인터넷 프로그램에 등록하거나 현지 조달 벤더를 통해야 한다. 대개 인터넷 등록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실제 제대로 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거절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미국은 2만5,000달러 이상의 조달을 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해야 한다.
KOTRA 워싱턴수출인큐베이터의 강상엽 팀장은 "한국에서 인터넷은 가능하지만 미국에 베이스가 없어 중소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면서 "초기에 현지 업체에 공급함으로써 경험을 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 현지에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수출지원 프로그램을 코디네이팅하는 김수영 뉴욕 산업기술협력관(과장)은 "미 현지 벤더를 통하는 게 자체적으로 인터넷사이트에 등록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조달시장은 하한선이 10만달러(건설 분야는 5만달러)로 낮아져 약 6조원 규모의 시장이 신규 개방된 상태다. 또 입찰시 과거 일정기간의 미국 내 비즈니스 실적을 요구하는 제도도 폐지됐다.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은 연간 5,000억달러 이상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하면 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공구절삭기, 문서세단기, 리튬 일차전지, 전자칠판, 조립식 건축물 등이 유망 품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미FTA 특수를 누리는 중소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페이스링크는 지난 3월초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미국 업체를 통해 미 해군 기지에 핸드 드라이어기를 소량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곧이어 한미 FTA 발효로 2.3%의 관세가 즉시 없어지자 구매 담당자는 주문량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 제품은 관세율이 높지 않지만 제품 단가가 최소 1,000달러 이상으로 높아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미 해군과 조달청에 납품을 시작했으며 연방감옥ㆍ보훈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추가 조달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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