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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알리기의 虛와 實

6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볼 때 현재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 비중은 지난 97년 11월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13%에서 그동안 구조조정 노력 속에 현재 약 35%로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투자자들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이 사실상 전체 외국인투자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입에 직접 연관된 비중, 즉 대외무역의존도는 선진국 평균의 거의 두배 수준인 75%를 넘는다. 그만큼 해외투자가와 고객들이 우리 밥그릇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만큼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투자가들에게 한국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국가 및 기업 홍보(IR)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는 과장되고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 2월 이후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서구 언론의 보도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과 영국의 일반투자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안감에 휩싸여 주식투매는 물론 은행대출과 한국출장까지 취소하는 등 코미디 같은 해프닝을 연출했다. 국가차원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IR가 없던 상황에서 부정적인 시각 일변도의 외신보도가 가져온 결과였다. 2월 이후 한국증시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이 타이완증시에서 주식을 순매수했던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인식 아래 6월 중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뉴욕ㆍ보스턴ㆍ런던 등지에서 `한국경제와 기업 알리기`가 성황리에 열려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7개 기업의 IR 최고책임자 외에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 등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한국경제 및 개별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참석해 봇물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해 해외투자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종합 IR` 혹은 `원스톱 IR`를 체계화할 필요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는 개별 기업들이 하는 것보다 많은 투자자가 참석하게 되고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잠재 투자자들을 개척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간 상호경쟁, 기업 설명과 정부정책과의 상호보완적 설명 등 IR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앞으로 1인당 소득 2만달러 혹은 이를 위한 동북아 경제중심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의 유치가 필수 불가결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종합 IR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IR를 할 수 있도록 기획과 실무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전문조직을 경제 관련부처와 경제단체에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기업 관련 IR에 있어서는 내용상 대외적인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기존에 한국 투자를 많이 한 투자자 외에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활동내용을 편성하고 특히 에너지ㆍ통신 등 분야별로 기업과 부품기업의 합동으로 관련부처가 참여한 IR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소에 뉴욕 등지의 주요 투자가들과 접촉하며 신뢰와 협력의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금융전문가 중심의 현지 네트워크를 정부차원에서 월가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위급할 때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달려가는 것은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효과는 작다. 국제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월가에는 국제자본을 움직이는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투자은행과 국제신용평가사 등 매우 전문화되고 다양한 기관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평소 친분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접촉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구나 월가와의 스킨십을 통해 IR 방향을 설정하면 투자자 니즈(needs)에 가장 잘 맞는 IR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경험이다. 넷째, 각종 IR 활동의 내용과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정부 관계자는 물론 기업인들도 손쉽게 IR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통일할 수 있고 일관성 있는 설명이 가능해질 수 있다. 특정 IR에 참석하지 못한 외국투자가들에게는 e메일 서비스로 이들의 관심이 지속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외국투자가의 니즈에 맞춰 시장친화적인 원스톱 IR를 연중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가 높은 방법이다. “침묵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펴는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는 월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창록(국제금융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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