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대폭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8ㆍ29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설주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규제 완화 폭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8ㆍ29대책이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울 것이라는 주장과, 아직까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건설업종지수는 코스피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 거래일보다 0.69% 상승한 189.00에 마감했다. 건설업종지수는 주택경기 호황기였던 지난 2007년 455.92(10월 29일)까지 치솟았다가,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급속히 위축되며 2008년 113.10(11월 21일)까지 추락했고, 올 들어선 지난 5월 25일 152.76에서 연중 최저점을 찍은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석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 종목들이 바닥을 다지고 오르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 27일 종가는 7만2,500원으로 지난 5월 25일(5만3,100원) 보다 3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32.3%), GS건설(20.2%), 현대산업개발(18.0%), 대우건설(10.9%), 삼성물산(7.9%) 등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 주가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의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이 건설주에 훈풍을 일으킬 지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부동산시장을 옥죄고 있었던 DTI 등 규제가 상당히 완화되면서 투자심리를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에 여전히 거품이 존재하고 해외 수주 둔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악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까지는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낙관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7월 주택거래량이 반등한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는 주택시장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꿀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8ㆍ29 대책에 따르면 실수요자의 경우 내년 3월까지 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받지 않게 된다. 즉 소득에 따라 지역별로 40~60% 적용되는 DTI 한도와 상관없이 대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상협 동양종합증권 연구원은 "7월 주택거래량의 반등, 정부의 규제완화대책 발표, 건설업체들의 미분양주택 할인 등을 종합해봤을 때 바닥 다지기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2008년 말 주택거래량이 바닥을 찍었을 때 주택시장은 서서히 회복됐지만, 건설업종지수는 6개월간 100%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에 따라 수혜는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거나 잠재부실이 많은 기업의 경우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택가격에 여전히 거품이 남아있고, 올해 이후 해외수주 모멘텀의 둔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건설업종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ㆍ29대책으로 실수요자의 혜택이 예상되지만, 이들이 전체 수요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시장 자체를 바꾸긴 힘들 것"이라며 "업황을 고려했을 때 건설주는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이고, 내년 상반기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줄어든 것을 확인한다 해도 예전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긴 시장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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