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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산업발전 밑거름” 육성책 급하다/국내업계 현황·과제
입력1997-02-10 00:00:00
수정
1997.02.10 00:00:00
유찬희 기자
◎분야특화·전문학과 설치·고부가연구투자 늘려야/2조원대 시장불구 경쟁력·인재부족에 영세성 “허덕”/개방땐 외국사 물밀듯… 자칫 하청업체 전락 우려도엔지니어링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면서 건설산업분야에 걸친 엔지니어링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을 비롯, 전 산업분야에 걸쳐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의 수주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 산업에 걸친 시장개방 물결에 엔지니어링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 외국에 비해 크게 낙후된 기술력을 극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시장 개척도 가속화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엔지니어링이란 「과학기술의 지식을 응용,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각종 산업에 접목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범위도 사업 및 시설물에 대한 기획 타당성 조사 설계 분석 판매 시험 조달 감리 자문 평가 등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모든 산업에 걸쳐 기술과 경제성이 포함된 광범위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대형 토목공사나 건축 구조물 시공에 앞서 전체 모양을 정하고 어떻게 시공하면 튼튼하고 편리한 시설물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일이 엔지니어링이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 공사로 일컬어지는 경부고속전철 공사나 21세기 아시아의 관문으로 떠오를 인천국제공항건설공사가 개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역작이 나오기까지 뒤에서 이뤄진 과정을 엔지니어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이해 폭은 좁고 그 중요성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엔지니어링이란 단어조차 낮설고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모든 산업의 머리에 해당하는 설계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건설공사의 용역업체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9백50여개 업체가 자본금 10억미만의 중소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신기술개발이나 부가가치 창출, 해외진출 확대 등은 요원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링이 관련 산업을 이끌어가기는 커녕 거꾸로 용역업체 로 전락해 업계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육성책도 늘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엔지니어링 현주소
국내 엔지니어링사는 지난해말 기준 9백54개사. 기계, 통신정보처리, 건설 등 15개 기술부문 93개 전문분야에 걸쳐 있지만 이중 건설부문이 4백91개사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싹트기 시작한 엔지니어링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그러나 오래 되지 않았다. 73년 기술용역육성법이 제정될 당시만해도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았고 관심도 크게 뒤떨어졌다. 그후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 선진 기술의 수입 등으로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는 기술개발과 기업화를 걷게 되면서 산업의 한 틀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연간 2조3천억원에 이르는 산업으로 성장했고 2만6천여명의 고급 기술자가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행되는 엔지니어링·건설전문지인 ENR 잡지가 95년 매출을 기준해 발표한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업체」에는 삼성, 현대, 대림, LG, 대우 등 국내 5대 엔지니어링 업체가 포함됐다. 이중 삼성, LG, 현대엔지니어링사는 세계 100대 업체에 끼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수준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그동안 괄목한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몇몇 업체를 빼고는 외국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크게 떨어지고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경쟁력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형 그룹사에 속해있는 20여개 업체와 전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위 10여개 업체는 대약진을 보인반면 대부분의 업체는 아직 규모나 인력 확보 등에서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엔지니어링의 기술 수준도 걱정되는 수준이다. 전반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상세설계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지 않지만 기본설계, 타당성 조사, 감리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는 선진국 기술의 30∼60%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 점유도 미국이 50%, 일본이 8.4%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1.6%정도에 불과,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멀고도 험하다.
◆대응전략
모든 산업에 시장개방 비상이 걸린 것처럼 엔지니어링 업계도 분주하다. WTO (세계무역기구)개방체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GPA(정부조달협정) 발효로 외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그동안 10억원이상 공사만 최저가 낙찰제도를 도입하고 10억원미만 공사는 제한적 최저가를 적용, 용역비의 88% 수준에 낙찰받았으나 국가계약법령 개정으로 최저가 낙찰제 적용 범위가 1억5천만원 이상 설계 용역으로 확대돼 업체의 과당 경쟁과 저가 낙찰현상도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 엔지니어링업체들이 물밀듯 들어오면 국내 시장 잠식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국내 대형 건설현장의 설계, 감리를 외국 업체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으며 그나마 선진국 업체에 기대했던 기술이전 등도 인색하기 그지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상세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 엔지니어링사는 자칫 선진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전문 분야 시장확보에 치중해야 한다.
전문분야 기술개발은 무궁무진하다. 선진국은 이미 에너지, 농수산, 항공·우주 분야의 엔지니어링산업이 번창하고 있으며 섬유, 관광 분야에 걸친 엔지니어링산업에 눈을 돌린지도 오래됐다. 건설, 기계 위주의 엔지니어링사업에 치중돼 있는 국내 업계와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관급공사 수주로 불황없는 산업이라는 안이한 사고를 버리고 과감히 전문 분야 특화를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기초 분야를 다룰 수 있는 전문 학과를 설치하고 정부 차원에서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에 치중해야 할 것도 요구된다.
또 시장개방으로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에 못지않게 적극적인 해외시장개척도 중요하다. 그동안 해외시장에 진출해 위치를 다진 업체는 시장 다변화와 국제 시장 환경 적응 능력을 키워야 하고 국내 시장에 만족했던 중소 업체들도 전문 기술 개발로 과감한 해외진출을 꾀해야 할 때다. 아울러야 정부의 엔지니어링 육성책도 강화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유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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