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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와 문화산업론

연예 비즈니스에 의해 기획된 가수라는 것이 오명이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된 콘텐츠가 곧 문화와 예술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마 `비`라는 가수야말로 그런 변화된 시대의 문화산업의 화신일 것이다. 먼저 그는 요즘 뜨고 있다는 새로운 트렌드인 `메트로섹슈얼`의 전형이다. 남성적이면서 또한 동시에 여성적인 그의 외모와 인상ㆍ분위기는 모두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컨셉트의 재현이다. 꽃미남의 느끼한 감상적 호소와도 거리를 두고 촌스럽고 멍청한 진짜 사나이와도 무관한 그의 이미지는 물론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저 진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를 기획한 회사는 그를 정보경제의 콘텐츠로 가공하고 판매하는 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요즘 마케팅과 경영학이 토해내는 살벌한 용어는 `비`를 위해 마련돼 있다. 이를테면 닷컴기업을 떨게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용어는 `비`에게는 우스운 말이다.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디지털 경제의 황금률 역시 `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편익과 효용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팔아야 한다는 마케팅 구루들의 예언도 `비`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라 싶을 정도다. 이제는 시들해진 `고객관계 경영`과 `휴먼 네트워크`도 역시 `비`의 전공 분야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의 음반은 디지털콘텐츠의 쿠폰을 내장하고 있고, 그의 초상은 상품권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그의 뮤직비디오는 간접광고기법을 도입해 여러 브랜드와 윈윈 전략을 구사한다. 그는 모 치킨회사의 광고에 출연해 `야마카시`라는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는 분위기를 선사하고 브랜드를 감성화한다. 그의 음반에는 `비의 1일 매니저 되기`와 `리니지 무료이용권`이 들어 있어 고객관계관리를 솔선한다. 테오도어 비젠그룬트 아도르노와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저 유명한 문화산업론도 이 정도면 무색해진다. 도구적 합리성이 문화를 좀먹고 상품세계의 추상적인 화폐가치에 의해 표준화된다는 비관론은 그간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되새길 때가 오지 않았을까. 그들의 주장은 거꾸로 적중했다. 그들은 문화의 상품화를 우려했지만 그것은 반대로 실현됐다. 왜냐하면 모든 상품이 문화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문화의 포만이 곧 문화의 죽음이라는 점은 분명한 일이다. <서동진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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