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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29일 공식 출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 폭풍을 예고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외쳤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KB금융지주는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과 4조원의 자사주 매각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뒤늦게 금융지주로 출발한 KB금융지주호에 '순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가 관심을 끈다. ◇미래성장 동력은 M&A로=황 회장은 KB금융지주 출범 기념사에서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5년 뒤 자산 600조원의 아시아 톱10, 세계 50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M&A를 제시했다. 황 회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수합병 때문"이라며 "국민은행이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장하는 것은 시장 선도자로서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또 취임 전부터 금융지주회사 간의 대등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제안하고 하나금융지주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을 관심 있는 대상으로 지목했다. ◇증권ㆍ자산운용ㆍ보험ㆍ저축은행 등 적극 인수=KB금융지주의 자회사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에 달한다. KB부동산신탁이 1.1%로 1%를 넘을 뿐 나머지는 모두 1% 미만이다. KB생명보험은 0.03%, KB창업투자는 0.5%에 불과하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굿모닝신한증권이 6.5%, 신한생명 4.5%, 신한캐피탈 2.4% 등으로 나눠진다. 뒤처진 비(非)은행 부문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M&A가 절실한 상황이다. 황 회장도 이를 인정한다. 그는 "비은행 부문의 M&A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필수과제로 증권ㆍ자산운용ㆍ보험 등의 M&A도 적극 모색하겠다"며 "M&A를 통해 각 계열사들이 업계 최강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위기냐 기회냐=문제는 국내외 금융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 인수대상 금융회사의 몸값이 낮아지는 것은 호재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갖게 된 4조원의 자사주를 팔아야 할 입장에서는 악재다. 또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원화와 달러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KB금융지주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금융 리스크와 관계없이 M&A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좋은 물건이 있다면 규모가 작은 비은행 금융회사 M&A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이 아닌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도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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