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바둑 싱겁게들 두네.” 해설실에 잠깐 들어왔던 백성호 9단이 장쉬의 백62에서 66까지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이 수순으로 백이 얻어낸 것은 꼭 6집. 그런데 흑도 좌변쪽에 선수로 몇집을 얻어냈으니 백의 실익은 6집보다 더 적다. 흑67은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큰곳이다. 흑가 백나 흑다로 끊는 즐거운 후속수단을 보고 있다. 백76의 수비는 어쩔 수 없다. 흑77로 넘어간 수는 10집이 넘는 끝내기지만 윤준상 3단은 고개를 흔들었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완착이야.”(윤준상) “결정적인 것인 뭔데?”(이영구) “대세점이 따로 있었어.”(윤준상) 윤준상이 제시한 그림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7이었다. 이렇게 두었으면 백의 우상귀는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흑의 우변은 최대한으로 부푼다는 설명이었다. 흑79 역시 완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고도2의 흑1로 삭감했으면 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것. 백이 4로 잡으면 흑5를 선수로 두고 7로 크게 씌워서 흑의 우변이 이상적으로 부푼다. 실전은 장쉬가 82로 뛰게 되어 ‘87트리오’가 제시했던 멋진 삭감책이 없어지고 말았다. 더구나 우변의 흑진에 대한 백의 시비가 가능하게 되었다. 당장 백다로 붙이는 수단이 유력해 보인다. 흑라면 백마가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흑은 우변을 후수로 지켜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