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국내 은행들이 외화 차입에 어려움을 겪자 은행 자금 담당 실무 관계자들을 소집, 점검회의를 열었다. 유동성 경색은 외부 요인을 떠나 건전성을 위협하는 내부 문제. 하지만 재정부는 이 자리에서 국내 금융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유는 현행법상 국제 파트는 재정부가 맡지만 국내 부분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 #사례2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과 매일 시장점검회의를 연다. 회의 주제는 외화 유동성 경색이라는 외부 문제다. 외화를 제 때 조달하지 못하면 국내 금융시장 역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 시장에 대한 정책 권한은 재정부가 갖고 있다 보니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가 정식 출범한 것은 2월27일. 이 때부터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전대미문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다름 아닌 환율ㆍ외환 등 국제 금융은 기획재정부, 건전성 감독 등 국내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등의 이원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국내와 국외로 금융 정책이 양분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개월여를 지켜보면서 일부에서는 국적 없는 금융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ㆍ감독 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금융 분리, 2개월 실험 결과는=올 들어 외환시장이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기획재정부는 강만수 장관까지 나서 시장을 항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재정부의 스탠스는 외환ㆍ환율 등 ‘국제금융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방안 중 하나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팔 비틀기(?)’ 등 국내 금융정책 수단인데 이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재정부 국제금융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이 한 부서에 있었던 옛 재정경제부 시절에는 국제금융국과 금융정책국이 함께 대응 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벌써 옛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현 재정부 장관)가 금융기관장 회의를 소집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답답하기는 국내 금융을 관장하는 금융위도 다르지 않다. 환율ㆍ외환 등 외부 요인이 금융시장 왜곡 등 국내 시장에 부작용을 양산하지만 국제금융 파트는 재정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산하부서로 ‘시장분석과’ ‘글로벌금융과’를 두고 있고 금융감독원에서도 국제 금융시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데 시장을 지켜보는 게 주 임무일 뿐이다. ◇정책 분리 실험, 성공할까, 실패할까=금융위원회 신설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융 정책 기능의 분리에 우려를 표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금융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환경을 감안하면 금융정책에 국제금융 분야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국내외 금융에 대해 감독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경우에도 국내 금융정책과 국제금융을 한 부서에서 통합하여 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 신설 논의 과정에서 국제금융은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KIC(한국투자공사)의 경우 외평기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재정부 산하 기관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내외 금융 정책 분리가 2개월여의 시간을 거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 등 국제시장과 국내 금융 정책 간의 정보 미스 매칭에 따른 엇박자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시스템 가동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거시 경제정책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2개월여를 지켜보면 국내외 금융 정책과 그에 따른 거시조합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금융 시장이 더욱 혼란에 빠질수록 국내외 금융과 거시를 함께 고려한 정책적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며 “국제금융을 금융위에 이관하든 아니면 다른 방안을 강구하든 현재와 같은 정책 차단벽을 재검토해나가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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