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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3P 폭락해 2,030선 턱걸이] 매머드급 대외 악재가 '최경환 효과' 잠재워

외국인 2거래일째 순매도에 기관도 내다팔아

미국 채권금리 하락 등 위험자산 적신호도 포착

한국시장 저평가 매력 커 상승 기대감은 여전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맞제재와 미국의 이라크 공습 승인이라는 대외 악재가 단숨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발 정책 효과를 잠재웠다. 지난 7월부터 포르투갈 금융 불안,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등에도 선진 증시보다 방어를 잘했던 국내 증시가 무게감이 높아진 대외 악재라는 복병을 만나 급락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반영되며 지난달 중하순 코스피시장이 단기간에 뜨거워졌지만 실제로 정책이 이행되기까지 국회의 처리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시장의 불신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코스피지수는 8일 전날보다 1.14%(23.41포인트) 떨어진 2,031.10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지난달 30일 2,082.61포인트까지 올라갔지만 2,030선 부근으로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거래일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시작부터 부진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자국 제재에 참여한 서방 국가의 식품 및 농산물을 1년간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강수를 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접지역에서 대규모 공군과 방공부대를 동원해 합동군사훈련에도 착수해 서방과의 군사 전면전도 우려된다. 오전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공습 승인이 떨어지자 주가 하락폭은 더 확대돼 2,020 중반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7월부터 코스피는 대외 악재에 대한 면역이 생긴 듯했다. 지난달 11일 포르투갈 2위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가 단기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 유럽증시는 1% 안팎으로 하락 마감했지만 코스피지수는 0.70% 떨어지는 데 그쳤고 18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 당시 미국 3대지수와 유럽증시가 1% 안팎의 하락 마감을 할 때도 0.07% 조정 받는 데 그쳤다.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디폴트 선언 때도 0.15% 떨어지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4일 러시아의 유럽 기업 제재 때는 오히려 0.35%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러브콜을 보냈던 외국인도 2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돌아섰고 기관도 함께 내다 팔았다. 미국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불리한 신호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달간의 대외 악재는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무게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데다 우리 정부의 정책 효과와 중국 효과가 지수를 방어했다"면서 "다만 이번에 드러난 러시아 리스크와 미국 이라크 공습은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등 글로벌 정세가 첨예한 대립 구도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국내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이 국회의 의사결정으로 최종 승인이 되는 만큼 그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돼 정책 기대감에 의한 증시 과열도 식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전히 하반기 상승 기대감은 살아 있다. 글로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투자 심리가 흔들렸지만 우리나라에만 국한돼서 발생한 악재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여전히 저평가된 한국 시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또 최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안 통과의 진통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정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만약 정책 기능이 약해진다면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어 단기적인 악재에 의한 조정장에서는 오히려 매수를 해야 한다고 권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분기 기업실적이 바닥을 치고 3·4분기부터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가 진정되고 정책으로 인한 내수부양 기대감까지 있어 하반기 수출주와 내수주 모두 긍정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정세 불안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은 결국 선진증시 대비 저평가 돼 있는 한국 증시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경제부총리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은 세법개정,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 금리 인하 등인데 이 같은 조치들은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책 효과가 부족하다면 추가적인 정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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