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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나몰라라… 실행력도 상실… 외통수에 빠진 정책운용

[경제정책 식물화 위기] ■ 역대 정권말 경제정책으로 본 내년 정책기조



대외불안 대비위해 중립적 재정정책 내놓자 한나라당 "복지예산 증액" 한목소리로 압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등 규제완화 카드 부자정당 이미지 벗으려는 與반대 봉착
재창당수준 이합집산땐 정부와 간극 확대… 추경도 2013년 균형재정위해 규모에 제약
문민정부 마지막 해였던 지난 1997년 1월. 정부와 여당(당시 신한국당) 사이에 기이한 모습이 펼쳐졌다. 당시 정부가 경제성장률(GDP 기준) 목표치를 '6.5% 안팎' 수준으로 확정, 작성한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여당이 성장률을 더 낮추고 긴축정책을 펴라며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예산증액을 요구하기 쉬운 여당으로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 같은 진풍경이 연출된 것은 심각한 경제위기 의식 때문이었다. 당시 경기둔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결국 문민정부는 그해 3월20일 성장률 목표치를 5%대로 낮춰잡고 경제운용계획의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약 14년이 흐름 지금 당정 간 기류는 180도 다르게 흐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한층 심화할 수 있는 대외경제 불안요인에 대응할 재정여력을 남기는 쪽으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잡았지만 이번에는 여당(한나라당)이 한목소리로 복지예산 등을 증액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막상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려 해도 재정과 금리ㆍ세금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경제정책을 펼치는 관료들로서는 사실상의 '외통수'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나쁘지 않지만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주요 정책 대부분이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에서 입법화될 동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현 상황에서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정책 완화 카드를 빼들었지만 정작 실행을 위한 여당의 뒷받침은 부족하다. 이는 치명적인 정책의 결함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이번 간판 정책 중 하나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방안만 해도 내년 선거를 의식해 부자정당 이미지를 벗으려는 한나라당으로부터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나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이합집산하게 되면 임기 말에 이른 정부와 더욱 간극을 두고 차별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실행력을 잃게 돼 사실상 '먹통'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나마 정부가 꺼내든 또 다른 카드인 재정 조기집행 방침이 탄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응급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에 집행할 재정규모의 60%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할 방침인데 이는 역대 주요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자주 애용했던 메뉴다.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에는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62%에 달했으며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에는 65%에 이르렀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도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56%로 책정됐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예산 조기집행으로도 내년도 4%대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새해 경제성장률을 3.7%로 낮춰잡는 등 상당히 보수적인 경제방안을 내놓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전망한 3.7% 성장률은 얼마든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유럽 사태가 상반기에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다는 전제하에 3.7%를 전망한 것인데 지금처럼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해결을 둘러싼 각국의 갈등이 계속된다면 성장률은 충분히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일단 현재로서는 내년 상반기 중 유럽 사태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며 "1~4월 중 주요국들이 어떻게 위기해법에 합의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언급했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추진될 수 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지나치게 방만해지면 균형재정 달성 기조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어 그 편성 규모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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