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꿈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주개발 원유공급률은 아직 3%에 불과하지만 국내기업들이 해외 유전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이르면 오는 2008년까지 원유자급률 10%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SK㈜ㆍ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사뿐만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ㆍ삼성물산ㆍLG상사 등 종합상사들이 해외 유전개발에 속속 뛰어들면서 석유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정부도 해외 유전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8년 자주개발 원유공급률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카자흐스탄ㆍ러시아ㆍ인도ㆍ베트남 등을 순방하며 활발한 에너지외교를 펼쳤는가 하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에너지위원회’도 구성했다. 최근에는 원유개발전문기업과 유전개발펀드를 조성, ‘검은 황금’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주원유 10% 시대 앞당긴다=GS칼텍스가 발표한 해외 유전개발 목표는 정부가 제시한 2008년 자주개발 원유공급률 10%를 훨씬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GS칼텍스가 오일메이저 기업인 셰브런텍사코와 손을 잡고 있는 만큼 국내 유전개발업체 어느 곳보다도 자이언트급 유전개발에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석유개발사업은 지난 79년 석유공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나씩 결실을 거뒀다. 베트남에서는 금세기 최고의 발견이라 할 만한 15-1광구에서의 성공을 이뤘고 올해 초에는 리비아엘리펀트 유전에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준 우리의 자주개발 원유공급률은 3.6%. 이웃 일본이 10.3%에 달하는 원유를 해외에서 개발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그러나 2010년까지 하루 6만5,000배럴을 목표로 하고 있는 GS칼텍스의 해외유전개발사업과 SK㈜의 10만배럴의 목표가 모두 성공을 거둘 경우 자주개발 원유공급률은 15%를 넘어서고 일본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개발 조연에서 주연으로=그동안 석유공사와 국내 민간기업들의 해외유전개발사업은 오일메이저들이 확보한 유전에 지분을 참여하는 형태였다. 셸ㆍ엑손모빌ㆍ셰브런텍사코 등이 확보한 광구에 지분을 참여, 지분율만큼 석유를 받아 현금화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SK㈜는 보유한 최대 광구인 예멘 마리브 유전의 경우 미국 석유개발회사인 헌트오일의 지분을 샀고 GS칼텍스의 캄보디아 해상광구도 셰브런텍사코가 개발한 후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0년간 경험을 쌓은 국내 민간기업들이 직접 광구개발과 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SK㈜의 경우 석유개발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 광권 운영권을 획득, 주연으로 올라섰다. GS칼텍스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일 내에 원유개발을 성공하기 위해 직접 투자를 늘릴 계획을 갖고 해외 유전개발의 주인공으로 올라설 방침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유전이나 가스전에 대해 일정 비율의 지분만 참여해왔지만 석유개발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광구의 경우 직접 운영권을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을 넘어 제3의 영역으로=국내기업들의 해외 유전개발 지역이 중동ㆍ동남아시아에서 벗어나 카스피해ㆍ아프리카ㆍ중남미ㆍ러시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카스피해의 경우 개발잠재력에서 제2의 중동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보조를 맞춰 인근 국가와 자원협력을 추진 중이다. 허동수 회장이 중동과 함께 해외유전개발 지역으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도 카스피해와 시베리아 등 새로운 개발지역을 발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카스피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유전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은 SK㈜. 지난해 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당시 마함벳 해상광구에 대한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육상광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디. 카자흐스탄의 텐기즈(Tengiz) 유전의 경우 확인 매장량만도 60억배럴에 이르는 대형 유전으로 셰브런텍사코ㆍ엑손모빌 등 석유메이저들이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회사와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유전개발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이 해외 유전개발에 전문성을 가지기 위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철도청이 시베리아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사례에서 보듯 해외 유전개발을 위한 전문기업 양성과 지원만이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전개발이 도박에 비유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라며 “금융ㆍ세제 등 정부의 정책지원은 물론 전문기업의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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