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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도덕성/산업1부·정승량 기자(기자의 눈)
입력1997-07-21 00:00:00
수정
1997.07.21 00:00:00
정승량 기자
삼성자동차는 「구조조정보고서파문」에서 검찰이 무혐의처분(삼성이 자료를 유출시키지 않았다)을 내리자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그리고 『현대를 비롯한 관계사들의 공식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삼성은 『이같은 조치는 훼손된 삼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번 파장의 시종을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삼성의 이같은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또 「훼손된 명예회복」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다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는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
삼성은 도덕성을 그룹경영의 최고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검찰로 부터 받은 무협의처분은 「자료유출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지 자료자체에 대한 면책이나 도덕성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삼성은 이 보고서를 자사 간부사원(과장)이 만들었고 그것을 경쟁업체 간부(차장)에게 넘겨주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건전한 상식으로 간부사원이 부서이름을 걸고 만든 자료를 타사에 넘겨주었다는 것은 「사실상의 유출」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삼성은 그동안 『보고서는 개인적 관심에서 작성했을 뿐 상부에 보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조사에서는 통산부 출신의 홍모전무에게 보고한 것으로 돼있다. 특히 삼성은 이번 검찰조사에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많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 가운데는 더불어 사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며, 어떤 경우든 존중돼야 할 인간관계와 상호신뢰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상식과 사회적 통념에서, 더구나 삼성이 강조하는 도덕성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삼성이 내세우는 도덕적 가치가 존중되고, 재계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으려면 좀더 넓고 긴안목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삼성 스스로 21세기 수종산업이라며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진출한 자동차산업이 지금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성명예에 손상을 입었다면 반드시 회복해야겠지만 지금은 정말 때가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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