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통신ㆍ방송 융합시대 과제
입력2003-10-05 00:00:00
수정
2003.10.05 00:00:00
지난 2일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이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본 야구팬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 일부 아파트에서만 가능하지만 TV로 음악방송을 보면서 리모컨을 조작해 음반을 구매하고 e메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에는 통신수단에 머물렀던 휴대폰 같은 도구를 통해 방송을 볼 수 있게 되고 TV를 통해 방송을 보면서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게 돼 통신과 방송의 구별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통신망의 전송속도가 빨라지면서 용량이 큰 멀티미디어 정보를 신속히 송수신할 수 있게 되고 방송의 디지털화로 방송망을 통해 양방향 통신도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또한 통신ㆍ방송 융합 관련 산업은 향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추세에도 불구하고 통신과 방송의 정책과 법ㆍ제도는 두 부문이 엄격히 분리될 수 있었던 과거의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이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통신은 사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제적 효율성 확보를 목적으로 독과점 방지와 공정경쟁을 위한 규제를 시행해온 반면,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중시해 엄격한 진입ㆍ편성 및 내용규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에 정책 및 규제의 패러다임이 매우 이질적이다. 그런데 통신콘텐츠가 광범위한 대중에 노출될 수 있게 되고 방송콘텐츠가 사적 통신의 특성을 갖게 됨에 따라 통신과 방송의 정책 및 법ㆍ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및 법ㆍ제도의 정비는 규제완화라는 큰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고 가용 주파수와 방송채널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방송시장에 대한 진입을 제한할 근거가 사라지고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송의 공공성 개념을 재정립하고 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통신과 방송산업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향후 통신ㆍ방송 융합에 대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통신과 방송의 분리를 전제로 만들어진 현행 법체계로는 융합서비스와 관련된 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어렵고 융합영역에서의 불공정행위 방지와 콘텐츠의 공공성 확보 등 필요한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법과 방송법을 통합하는 등 법체계 개편이 필요할 것이나 이는 단기간에는 어려우므로 우선 통신과 방송의 경계영역에 있는 융합서비스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통신방송융합서비스사업법(가칭)`을 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기술ㆍ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콘텐츠와 방송콘텐츠가 망의 구분 없이 막힘없이 소통되고 신규 융합서비스가 원활히 창출되고 제공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방송의 엄격한 진입규제와 독점적 시장구조는 융합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통신ㆍ방송 융합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데이터방송,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신규 융합서비스를 조기에 도입하고 그 이용 및 보급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또 디지털방송 조기 정착 및 CATV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도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및 규제기관의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및 규제기관이 분리돼 있으면 통신ㆍ방송 융합서비스에 대한 이중규제 또는 규제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기관간 정책조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융합의 진전에 따라 장기적으로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할기관의 통합 또는 개편은 시기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통신ㆍ방송의 융합은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우리의 통신산업은 그간의 정책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고 경제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새로운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민들이 품질 좋은 서비스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고 통신과 방송산업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석호익(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