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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29% “상여금 없다”] “월급 못받는데 보너스 꿈도 못꿔요”
입력2003-08-26 00:00:00
수정
2003.08.26 00:00:00
서정명 기자
기계, 석유화학 등 4,000여개 기업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 공단인 인천 남동 산업단지에는 8월 휴가시즌이 끝났는데도 좀처럼 `썰렁한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에다 자금난까지 겹쳐지면서 군데군데 문을 닫은 업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여기다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부재와 구조조정 등으로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여서 `추석 상여금`을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실제 대부분 연봉제로 전환해 추석 보너스가 없는데다 생산직을 중심으로 주는 추석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상여금 없고 체불임금은 늘어난 우울한 추석=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추석 소요자금은 업체당 평균 1억4,700만원인데 이중 4,800만원 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자금 확보비율이 67%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8%가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고 16%는 판매대금으로 받은 어음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대책이 있는 기업과는 달리 아예 손을 놓고 있는 회사도 15.6%에 달했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기본급의 50% 이하로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가 43%를 웃돌았으며 상여금을 100% 초과해 지불하겠다는 업체는 불과 3.6% 였다.
이와 함께 임금체불도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전체적으로 2,478개 사업장이 총 1,735억원을 체불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으며 근로자 1 인당 평균 390만원에 육박한다.
실제 서울 구로공단에 위치한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N사는 판매난으로 인한 자금압박에 시달려 3개월간 직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박 모씨는 “추석 상여금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심지어 회사 사정을 비관한 이사급 임원 2명이 퇴사한 상태다“고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시화공단 위치한 염색가공업체 K사는 올해 추석 상여금을 없앤 대신 연휴기간을 1주일로 늘렸다. 경기불황과 판매난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으니 추석 연휴기간이나마 늘려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중소 의료기기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P씨는 “지난해에는 세살배기 아이와 함께 고향에 갔지만 이번에는 고향 부모님께 안부전화 려고 합니다”며 우울해 했다.
◇자금조달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중소기업들에게 추석 상여금이 실종된 것은 고질적인 중기 자금난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침체에다 대기업의 어음결제 증가, 임금상승, 단가하락 등이 겹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구로공단의 열처리업체인 G사의 A사장은 "거래처에서 납품대금을 어음 발행없이 6개월 넘게 지연시켜 자금확보를 위해 5개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의 어음결제가 늘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형편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지난 2ㆍ4분기중 중소기업 판매대금의 현금결제비중은 57.1%로 지난해 3ㆍ4분기의 59.1%보다 2%포인트나 하락했다. 대기업들이 현금대신 어음결제를 선호하는 것이다. 또 어음이 현금으로 회수되는 일수도 평균 131.6일로 지난해보다 3.4일이 늘어나는 등 결제기일이 장기화되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위험한 외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만큼 긴급자금지원 등 정부의 사전예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명기자,김민형기자,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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