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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장관의 신선한 시각(사설)

임창렬 통산부장관이 취임일성으로 『무역적자의 원인을 반도체값 하락과 국제유가 인상으로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책당국자의 입에서 모처럼 들어보는 명쾌한 발언이다.그동안 정책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반도체값 하락과 유가인상을 무역적자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일응 틀린 주장은 아니다. 반도체의 국제시세는 95년까지만 해도 16메가D램의 경우 개당 50달러 하던 것이 작년에는 7∼8달러로 폭락했다. 이로 인해 작년도 수출차질액이 1백28억달러에 이르렀다. 유가도 94년에 배럴당 15달러 수준이던 것이 작년에는 20달러 수준으로 올라 연간 석유수입액이 2백억달러에 이르렀고, 이 두 품목에서 약 2백억달러의 수출차질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작년도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2백6억달러였으므로 두 품목에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더라면 작년의 무역수지는 거의 균형을 이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거시정책적 측면에서보면 틀린 주장이거나 최소한 면피용의 자기변명이다. 국제반도체 시장은 기술개발의 속도나 후발국들의 추격정도로 미루어 호경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정부는 의당 한두 품목의 일시적 특수에 의존한 무역정책에서 탈피했어야했다. 반도체 호경기때인 95년 한해에 한 업체는 2조원이 넘는 순익을 올려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 기업은 이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잘못 예측한 나머지 무리한 사업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책당국자들에게 거시적인 안목이 있어 그같은 투자계획에 제동을 걸었더라면 지금쯤 정부와 기업 모두에 득이 됐을 것이다. 반도체값은 지금도 개당 10달러미만 수준이고 이 추세는 한동안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영영 그같은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해 당시의 반도체값은 한때의 「횡재」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최고로 좋았던 95년만해도 무역적자는 1백억달러가 넘었고 94년에도 6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횡재에 가까운 떼돈을 벌어들였음에도 무역적자를 냈다는 것은 작금의 무역적자가 그때 이미 예고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자들이 아직도 흘러간 반도체타령이나 일삼고 있다면 너무나 안일하고 안목이 결여된 대응이 아닐수 없다. 『반도체값과 국제유가는 통산부가 조절할 수 없는 외생변수 임에도 이같은 요인에 의존해서 무역정책을 이끌어 나간다면 반드시 차질이 오고만다』고 한 임장관의 지적은 그점에서 절대로 타당하다. 지금의 무역적자는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한 두개의 효자산업으로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임장관이 산업의 균형성장을 바탕으로 무역정책의 틀을 새롭게 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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