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전자산에만 집중했는데 이젠 수익률을 좀더 높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려야겠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선물 보따리로 국내 증시가 5개월만에 2,000선을 돌파하자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동성 랠리가 점쳐지면서 그 동안 채권과 중소형주에만 집중됐던 관심이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 액티브 펀드 관련 상품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이 대형주 매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형주를 사들이는 만큼 추종 매수에 들어가거나 대형주를 좀 더 보유한 뒤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FRB의 유동성 공급으로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동안 소외됐던 조선ㆍ화학주 중심의 매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한 3차 양적완화(QE3)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3% 가까이 상승한 지난 14일 주요 증권사들의 강남 PB센터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 동안 증시 침체로 안전자산에만 집중했던 자산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자 보수적이던 자산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등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뒀던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나 ETF 투자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KODEX레버리지 ETF’는 6.93%나 급등한 1만 3,1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나 증시 상승폭의 1.5~2.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조인호 팀장은 “국내 주식형펀드는 증시가 2,000선을 넘어가면 환매에 시달리지만 ETF는 투자자들이 좀 더 지켜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ETF는 거래세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일반 펀드보다도 운용보수도 더 낮기 때문에 자산가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주나 중국 펀드들도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상품으로 꼽혔다. 중국 증시가 QE3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추석을 앞두고 중국관련 소비주들도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중국 역시 이르면 10월중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조재영 부장은 “QE3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시장으로 유입되고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 증시의 경우 그동안 낙폭이 지나치게 컸던 만큼 반등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기가 급상승했던 채권은 이전보다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에 힘입은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정부가 물가연동채 절세 혜택을 2015년까지만 유지하기로 한 데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유지하기로 한 점도 자산가들이 채권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기 때문이다.
이병도 신한금융투자 PWM압구정중앙센터팀장은“지난주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FRB의 QE3조치로 채권 시장이 요동치는 듯 했으나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다시 국고채 등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FRB의 3차 양적완화를 기점으로 고액자산가들이 안전자산 위주에서 탈피해‘리스크 온(on)’전략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PWM압구정센터팀장은 “국내 자산가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FRB의 조치가 자산가들을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주식시장이 2,100선까지 랠리를 이어간다면 위험자산에 적절히 자산을 배분하는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