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환풍구 사고를 계기로 사회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초고층 빌딩을 비롯한 대형 구조물의 안전을 담보할 광섬유 센서 모니터링 기술이 주목되고 있다. 빌딩과 교량, 터널, 댐, 지하 통신구, 항공기, 선박 등의 대형 구조물은 구조적 변형률을 장기간 연속 측정하며 안전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광섬유 센서가 이를 위한 최적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국내 광섬유 센서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의 권일범 박사는 "광섬유 센서는 크기가 작고 유연한데다 내부식성이 뛰어나다"며 "외부 전자기파로 인한 잡음 발생도 없어 구조물 안전성 모니터링에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발적 검사로 끝나는 기존 초음파나 방사선 비파괴검사와 달리 광섬유 센서는 구조물 자체에 부착해놓고 안전과 직결된 변화를 장기간 연속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 특정 부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진다거나 강한 외력을 받았을 때 그 사실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것. 여기에다 실시간 화재탐지도 가능하다.
특히 수㎞ 길이의 광섬유를 부착해 1m마다 온도변화나 물리적 변형률을 감지하는 분포물리량 측정은 오직 광섬유 센서로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중국 등 많은 국가는 이미 새로 건설되는 지하터널·교량·댐·도로 등에 광섬유 센서를 채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박사팀은 지난해 광섬유를 통과하는 빛의 산란현상 중 '브릴루앙 산란광'을 취득, 신호처리를 거쳐 기존보다 산란광 감지 길이를 3배 이상 늘린 '광섬유 브릴루앙 산란형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권 박사는 "브릴루앙 산란광의 주파수 변화는 온도나 변형률로 환산할 수 있다"며 "브릴루앙 산란형 센서로 구동되는 광섬유를 최대 1,460m 길이로 배치하면 1시간마다 1m 간격으로 구조물 온도를 측정할 수 있고 이상징후를 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센싱 간격을 10㎝로 줄여 정확도를 높인 센서 개발에도 이미 성공했으며 현재 상용화 준비에 돌입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박사의 다음 목표는 '다중 광펄스 브릴루앙 산란형 센서' 개발이다. 현 광센서 기술은 신호출력이 낮아 측정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반면 이 센서는 신호출력이 강해 기존보다 최대 5배 이상 넓은 거리에서도 측정 가능하다. 연구팀은 내년까지 기술개발 및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박사는 "광섬유 센서는 앞으로 온도나 변형률 외에 압력과 음향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진화돼 다양한 구조물의 안전 모니터링에 활용될 것"이라며 "주요 구조물 부재의 응력은 물론 균열·부식 그리고 도로의 패임 감지까지 적용 분야는 사실상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구조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강화되면서 향후 5년 내 전 세계 광섬유 센서 시장이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