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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추석마케팅' 한창인 대형마트

"여보, 부모님 한가위 선물은 마트에서 준비하죠"


이마트·홈플러스·롯데 "매출 올릴 마지막 기회"
얇아진 지갑 고려 참치·커피 등 중저가 세트 봇물
이른 추석에 육류는 신공법포장으로 더 신선하게
시베리아 차가버섯· DMZ 꿀… 프리미엄제품도 선봬


38년 만의 이른 추석을 맞아 대형마트가 추석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추석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사실상 올해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대목을 살리지 못하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형마트는 올 상반기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파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기대를 모았던 월드컵 특수도 국가대표 축구팀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조기에 마감됐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은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대형마트는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0.3%(이마트), 4.1%(홈플러스), 2.9%(롯데마트) 감소했다. 2012년 2·4분기부터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대형마트가 추석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 추석 선물세트의 특징은 크게 △중저가 상품의 약진 △신공법 포장기술 확대 △프리미엄 제품 강화로 요약된다. 소비자의 얇은 지갑 사정을 고려해 실속 상품으로 선물세트를 대거 마련하고 '여름 추석'으로 불릴 만큼 빨라진 추석에 맞춰 신선식품에 포장기술을 한층 강화했다. 수입 과일과 단독 상품을 마련해 경쟁사와 차별화에 나선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중저가 상품의 약진은 대형마트가 앞서 진행한 예약판매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상위 10개 중 5개를 차지했다. 전체 1위는 동원참치와 런천미트로 구성된 '동원 10호'였고 'CJ스팸 복합 1호(4위)'와 '오뚜기 캔 종합 9호(6위)'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3만~4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신용카드 할인혜택이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 중 가장 먼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나선 홈플러스에서도 가공식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예약판매 순위를 중간 집계해보니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세트 84호'가 17.7%로 선두에 올랐다. 2위와 3위를 기록한 '맥심 카누 커피세트(17.2%)'와 'CJ 스팸 복합 1호(16.5%)'까지 포함하면 3개 품목이 전체 예약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실속형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늘자 홈플러스는 추석 선물세트 2,000여종 중 60%인 1,200여종을 3만원 미만으로 구성했다.

이른 추석으로 비상이 걸렸던 신선식품에서는 신공법 포장기술을 적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마트는 올 추석부터 일부 한우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아이스팩을 냉동 사골육수팩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아이스팩을 넣어 신선도를 유지해야 했지만 사골육수를 아이스팩으로 만들면 고객은 곰탕 국물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뒤 내년부터는 모든 한우 선물세트에 사골육수팩을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선물세트의 포장을 종이에서 스티로폼으로 대폭 변경해 보냉성을 높였다. 스티로폼 재질의 포장박스에 별도로 홈을 만들어 3중으로 밀봉하고 보냉 가방도 부직포 대신 보냉 소재로 바꿔 신선도가 기존보다 1.5배 오래 유지된다. 올해 최초로 도입한 'X패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육류에서 나오는 핏물을 X패드가 흡수해 이를 냉장육의 신선도를 높여주는 이산화탄소로 변환해준다.



홈플러스는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경기 안성과 경남 함안에서 운영하는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전문 물류센터는 하루 40만상자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입하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에 상품별 특성에 따라 최적화된 온도로 관리하는 '콜드 체인 시스템'을 적용했고 신선도와 방사능을 검사하는 별도 검품실도 확충했다.

변상규 이마트 수입육 바이어는 "이마트는 국내 최고 수준의 육류 가공 설비를 갖춘 직영 미트센터에서 축산 전문가가 직접 육류를 엄선한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의 축산물을 통해 추석 가계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품격 있는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대거 등장했다. 이마트는 '러시아 산삼'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차가버섯' 선물세트를 지난해(1,400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000개로 확대했다. 800g 제품이 5만9,800원이고 분말 제품(25g·4입)이 8만3,800원에 달하지만 올해도 조기 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과일도 대폭 늘렸다. 해외 산지에서 수확한 뒤 항공편으로 배송한 '남아공산 자몽'과 '필리핀산 애플망고' '베트남산 용과' 선물세트를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롯데마트는 '호주산 와규' 선물세트(2.4㎏)를 15만원에 내놓았고 '연어 통조림' 선물세트를 지난해 5종에서 10종으로 늘렸다. 웰빙 트렌드의 확산에 맞춘 상품도 대거 마련했다. '프리미엄 잡곡 선물세트'는 노화 방지 곡물로 알려진 블랙빈·퀴노아·치아시드·귀리·렌틸콩 등 5가지 잡곡으로 구성했고 '영양쌀 선물세트'는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홍국과 면역력을 증진하는 클로렐라를 넣어 영양을 강조했다. 천연 원물로 만든 '천연 조미료 선물세트'는 티백·국물팩·분말 형태로 묶어 육수를 우려내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홈플러스는 경기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오교엽 양봉 명인이 채밀한 'DMZ 꿀'을 판매하고 프랑스산 '샹달프 잼'도 선보인다. 수입 식재료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탈리아산 '모니니 올리브유'와 공정무역으로 제조한 '파이니스트 커피'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한편 이른 추석으로 과일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올 추석에는 과일 과격이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추석 2주 전인 이달 하순 사과 출하량이 전년 대비 2% 적은 5만2,000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가들이 음력 절기에 맞춰 사전에 물량 확보에 나섰고 대형마트가 올봄부터 산지와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면서 출하가 빨라진 덕분이다.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아 작황이 좋아진 것도 이유다.

이관이 롯데마트 신선식품부문장은 "올해는 이른 추석으로 예년보다 선물세트 구입을 서두르는 고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8월 말 기상 상황에 따라 상품의 신선도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조기에 물량을 확보한 만큼 소비자에게 최고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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