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와 공식계약 못하면 마케팅 '그림의 떡'

■ 월드컵 마케팅 지재권 '비상''포괄적 지재권'범위 불확실… 업계 혼란

'FIFA와 공식 계약을 맺지 못하면 월드컵 마케팅은 그림의 떡.'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적재산권 보호프로그램이 강화됨에 따라 월드컵 특수에 큰 기대를 걸었던 재계에 이 같은 자조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공식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ㆍ주택은행ㆍ포철 등은 '월드컵 마케팅'독점권 확보로 쾌재를 부르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월드컵 마케팅을 사실상 봉쇄당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FIFA의 지적재산권 범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수에 달해 섣부른 월드컵 마케팅을 펼쳤다가 지적재산권 침해 시비로 곤욕을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FIFA의 '포괄적 지적재산권'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선 FIFA

FIFA는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형태의 상업권(마케팅) 및 지적재산권을 독점, 배타적으로 보유하고 국내외 많은 기업체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제공받는 대가로 그 사용권을 허락해주고 있다.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 비롯된다.

FIFA의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은 크게 2가지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첫째, 월드컵 마크와 대외명칭ㆍ엠블렘ㆍ마스코트 등 유형의 상징물은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FIFA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단속수사지침을 일선기관에 시달, 광범위한 단속활동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8만여장의 월드컵 로고가 새겨진 의류를 유통시키려던 국내 판매업체를 적발했고 관세청은 국내 수입업체의 중국산 월드컵 축구공 통관을 보류시켰다고 FIFA측은 설명했다.

둘째, 월드컵과 관련한 포괄적 지적재산권이다.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입비밀보호에 관한 법'에 근거를 둔다.

이 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호나 상표를 무단 사용하거나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했을 경우 ▲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 ▲ 손해배상책임 ▲ 신용회복청구 등을 침해자에 제기할 수 있다. A전자 포르투갈 지사와 B백화점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FIFA는 공식계약업체의 권리보호를 위해 국내 유명 로펌과 계약을 맺고 월드컵 관련 부당ㆍ기생 마케팅 사례를 수집,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 비공식업체의 '월드컵 마케팅'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 FIFA의 공식 계약

FIFA의 '장사'는 ▲ 공식 파트너 ▲ 공식 공급업체 ▲ 공식 상품화사업권자 등 3가지로 전개되고 있다. 공식 파트너는 FIFA의 마케팅 대행사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으로 업종별로 1개 업체씩 선정된다.

현대자동차ㆍ코카콜라ㆍ아디다스 등 15개 업체가 선정돼 전세계적인 독점권이 인정된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모자동차 회사가 오는 2002년 '00'을 축구공과 자동차 핸들로 형성화한 광고를 냈다가 FIFA의 제지를 받고 중단한 바 있다.

공식공급업체는 대회조직위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공식파트너와 업종 중복이 되지 않도록 선정하고 있다. 조직위는 주택은행과 현대해상ㆍ포철 등 3개사 선정에 이어 3개 업체를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월드컵 때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이 300여건에 이른 전례에 비춰볼 때 지적재산권 개념이 희박한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법률시비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 비상 걸린 월드컵 마케팅

사상 최대의 마케팅 호재를 앞둔 재계는 FIFA의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이 강화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계약업체의 월드컵 마케팅 일체를 포괄적 지적재산권침해로 규정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월드컵 한국ㆍ프랑스 대표팀과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LG전자는 내년 프랑스와 한국팀을 후원하는 내용의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지만 FIFA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마케팅 범위가 불확실해 고심하고 있다.

반면 FIFA의 공식 파트너인 현대자동차는 "거액을 들여 독점권을 확보한 만큼 공식계약업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FIFA, 조직위와는 별도로 부당 마케팅 사례를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D변리사사무소 관계자는 "FIFA가 월드컵 마케팅 권한을 포괄적으로 독점하고 있으나 어떤 형태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법률적 자문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FIFA의 포괄적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