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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시계 5000만 시대] 2부 <1> 블루오션 떠오른 1~2인 가구 내수시장

30년 후엔 전체 가구의 70%… 특화 서비스·상품 봇물 이룬다<br>2030년 이후 인구 줄지만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br>주말·야간 영업 늘어나고 도시락 택배·게임방 등 독거노인용 서비스 나올 듯<br>70대 연령층이 가장 많아져 구매력 뒷받침 여부는 불투명



지난 23일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5,000만명의 소비자를 가진 거대한 시장으로 도약했다. 유럽연합(UN)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내놓은 세계인구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는 25개 안팎에 불과하다.

경제학자들은 통상적으로 1억명의 인구를 보유했을 때 한 나라가 무역에 의존하지 않고 내수만으로 경제가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통적인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의 내수시장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경제 안전판을 더욱 보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인구 5,000만명 시대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 통계청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인구 5,000만명 시대는 앞으로 33년간 지속된 후 오는 2045년 이후 다시 5,000만명 밑으로 내려온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주체가 앞으로 인구 통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숫자'보다는 '구조'라고 강조한다. 인구는 2030년 5,216만 명을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줄어들겠지만 가구 수는 1~2인 가구의 급증으로 중장기적인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내수시장 주역은 1~2인 가구로 완전히 재편되고 이들의 소비 패턴에 따라 기업 생사가 갈리게 된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는 늘어난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에서 꼭짓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해 2045년이면 5,000만명 밑으로 다시 내려온다.

하지만 가구 수는 추세가 다르다. 가구 수는 2010년 1,735만9,000가구에서 꾸준히 증가, 2035년 2,226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2030년부터 감소하는 것에 반해 가구 수 증가세는 2035년까지 계속되는 셈이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아직까지 정확한 추계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구 분화 여파로 가구 수는 2035년 이후에도 당분간은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가 증가하는 것은 가구 구조가 1~2인 가구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3인 이하 가구는 증가하고 4인 이상 가구는 감소해 2035년에는 1인 가구, 2인 가구가 각각 34.3%, 34%로 전체 가구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인가구 소비 패턴이 내수시장 주도=결국 앞으로 40~50년간 우리나라 내수시장의 주역은 1~2인 가구가 될 것이 분명하다. 1980년대 3세대 가족이 분리되는 핵가족화에 이어 2차 가족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급증하는 1~2인 가구의 다양한 니즈(needs)에 따라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단 젊은 층 1~2인 가구를 대상으로는 의식주 각 분야에 걸쳐 지금보다 촘촘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가 봇물처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과 자동차는 작아지고 똑똑해지는 한편 직장인의 일과시간 외 서비스 시장은 지금보다 크게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부분 맞벌이에다 일과시간에는 다른 업무를 볼 겨를이 없는 젊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토요일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택배ㆍ부동산ㆍ동사무소 등 다양한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십 년 후 1~2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노령층을 대상으로도 지금껏 볼 수 없던 상품 및 서비스가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택배, 노령층 인구만 이용하는 게임방 등 특화된 서비스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안 수석연구원은 "급증하는 노령층 사이에서 서비스 측면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 공급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며 "여가나 취미, 문화 향유 등에서 소외된 노령층을 위한 특화된 공간과 서비스가 기업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인 가구 구매력 수준이 내수 성장 좌우=1~2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소비 시장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겠지만 결국 이들이 구매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우리 내수시장의 성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과 내수는 성장의 두 축인데 수출은 세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탄탄한 내수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각종 경제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인구 5,000만명 이후 인구구조 변화 및 고령화 추세는 우리 내수 성장에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1인 가구는 30대 연령층이 19.3%로 가장 많지만 2035년에는 70대 연령층이 19.8%로 가장 많아진다.

급격하게 고령화와 가구 분화가 진행되고 1~2인 가구의 대부분을 노령인구가 차지하게 되지만 이들의 구매력을 뒷받침해줄 소득이 불확실한 것이 앞으로의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각종 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 이전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42.1%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68.4%)보다 크게 낮다. 연금수급률 역시 25% 정도로 매우 낮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계부채도 내수 성장을 가로막을 요인이다. 현재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 대출로 이뤄져 있는데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의 기술 혁신 ▦노령층 인구의 부가가치 창출 ▦국가 재정의 창의적인 운용 등이 앞으로 우리나라 내수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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