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시프트] ② 교육과 일자리 눈높이 맞추자
특성화대·마이스터고 활성화… 고학력 실업자 확 줄여야취업난속 대기업 쏠림현상 심화…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인력난대학 시스템 대대적 구조조정… 경쟁력 떨어지는 곳 퇴출 필요학력보다 경력·업무 능력 우선… 국가고시, 자격시험으로 전환을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코스닥시장 상장은 사실 우수인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지난 2008년 5월 코스닥 상장을 한달 앞둔 인공위성 개발업체 쎄트렉아이가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는 가장 먼저 "상장을 하면 회사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고 그만큼 이미지가 좋아져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4년이 흐른 지금 쎄트렉아이 인력은 70명에서 16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봉기 쎄트렉아이 전략기획팀장은 "지금 돌이켜보면 상장이 우수인력 채용에 효과가 있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편하고 안정적이고 대외적으로 일하기 좋다는 이미지를 가진 회사를 훨씬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년실업의 원인은 간단하면서도 뿌리가 깊다. 어느 직장이나 고학력을 우대하다 보니 학력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젊은이들의 '가방끈'은 길어진 반면 정작 이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직장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고학력 추구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 4년제 대학교 및 대학원 입학률은 71%로 OECD 평균 56%보다 훨씬 높다. 고등학교 이수율도 79%로 OECD 평균인 71%를 웃돌며, 특히 25~34세 청년층의 고등학교 이수율은 98%로 OECD 국가 가운데 단연 1위다.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 대학교 평균 재학기간은 5년10개월. 어학연수ㆍ고시준비ㆍ취업준비 등으로 재학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오래, 비싸게 배워도 취업률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2011년 취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58.6%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4년제 대학교의 취업률은 54.5%밖에 안 돼 졸업생의 절반가량만 직장을 구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취업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8.1%. 10명 가운데 1명도 채 안 됐다.
취업률이 낮은 것은 들어갈 직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청년층 실업문제가 심각함에도 중소기업은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2010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구인인원과 채용인원 간 차이가 6%에 불과했지만 300인 이하 중소기업은 24%나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혜택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기업 쏠림현상'이 뚜렷해진 탓이다. 2010년 기준으로 대기업 평균 임금(현금급여+상여금)은 월 518만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은 284만원으로 대기업의 54.7%에 불과했다. 교육 인플레이션과 대기업 편중현상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까. 전문가들은 교육 시스템의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 구조조정을 통해 고학력 실업자의 양산을 억제하는 한편 경쟁력이 낮은 대학은 퇴출시키거나 특성화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고등학생의 직업의식과 진로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학시험을 간소화하는 대신 대학졸업요건을 강화해 무조건 진학부터 하고 보는 수요를 억눌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마이스터고를 활성화하고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스터고를 다양하게 해 패션의류, 보석세공, 영화ㆍ방송제작, 엔터테인먼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인기직종인 행정전문인을 양성하는 학교를 지원한다면 확실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세무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은행, 철도고등학교는 철도청, 항공고등학교는 항공사 등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경우 관련기업에 취업할 때 우대하거나 취업을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제도와 함께 손을 봐야 할 것이 바로 취업제도다. 취업이나 국가고시에서 학력이 아닌 객관적인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촘촘히 마련돼야 한다. 대졸경력 요구를 지양하고 기업마다 인턴제를 의무화하는 한편 인턴 경력을 가진 사람이 취업할 때는 우대해 학력보다 실제 업무능력을 가진 인원을 충원하는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졸취업자와 고졸취업자 간 격차를 점진적으로 없애고 경력자를 우대하는 정책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학생의 무분별한 국가고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고시제도를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한편 관련 분야의 경력자나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규모별로 고용 우수기업 선발기준을 마련해 법인세 감면, 부채이자율 인하, 보험보증료 할인 등 다양한 세제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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