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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겨울철만 되면 몸 이곳저곳을 긁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건조한 겨울 날씨에 피부가 메말라지면서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건조한 피부로 인해 팔이나 다리에 각질이 일어나서 보기에도 민망할 뿐더러 무심결에 긁었다가 자칫 상처가 나기도 하고 심할 때는 잠을 설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 겨울 추위를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피부다. 더욱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으로 인해 가습기 사용이 줄어들면서 평소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피부를 촉촉이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습도에 민감한 피부, 겨울철 거칠어져=우리 피부가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피부의 가장 바깥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각질 덕분이다. 목욕하면서 때를 밀면 떨어져 나가는 이 각질층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방어해주는 장벽 역할을 한다. 피부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인데 가을과 겨울철에는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간다. 겨울철이 되면 피부의 각질층이 일어나 하얗게 들뜨거나 거칠거칠하게 올라오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날씨가 추워지면서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돼 지방분비가 적어지고 그만큼 수분이 빨리 증발해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 또 옷을 많이 껴입어 정전기 등으로 피부에 자극이 가기 때문에 피부건조증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약해진 피부는 극도로 과민해져 조그만 자극에도 심한 가려움증이 유발된다. 흰 비늘 같은 각질이 허벅지ㆍ종아리 등 다리와 팔 등에 나타나기 시작해 허리띠 때문에 마찰이 심한 골반이나 옆구리,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퍼진다. 특히 저녁식사 후 체온이 올라가면서 전신에서 발작적인 가려움증이 생긴다면 피부건조증일 가능성이 높다. 40세를 넘으면 피부가 노화하면서 표피가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피지분비가 줄어들어 피부건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건조한 겨울밤일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김혜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잘못된 목욕습관 때문에 젊은 나이에도 피부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며 "욕조 속에서 몸을 불린 뒤 때를 민다든지 사우나를 자주 하는 경우에는 각질층이 손상돼 수분증발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목욕 습관부터 바꾸고 환경을 촉촉하게=겨울철 피부염 악화 및 건강한 피부 유지를 위해서는 목욕습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목욕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탕 속에 오래 들어가 있는 것은 삼가야 하며 뜨거운 물도 피부의 지방성분을 씻어내므로 좋지 않다.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는 것은 오히려 피부상태를 악화시키므로 금물이다. 목욕탕에 가더라도 너무 뜨거운 열탕 대신 온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정 목욕물의 온도는 천천히 긴장을 풀어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몸을 담글 수 있는 38∼40도가 적당하며 20분 이내로 목욕을 끝마친다. 목욕 전에 한 컵 정도의 물이나 우유를 미리 마셔 목욕 중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한다. 김 교수는 "일반 비누의 경우 피부에 있는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해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에 세정력이 강한 비누의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하더라도 유아용 비누나 보습기능이 있는 비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목욕을 한 후에는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보습제를 발라줘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파트 공간이 밀폐돼 난방이 잘되는 반면 공기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습도를 6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털옷이나 깔깔한 내의는 입지 말고 부드러운 면 내의를 입어야 한다. 어떤 옷이든지 약간 느슨하게 입는 것이 좋다. 각질이 보기 싫다고 무리하게 벗기면 피부가 더 심하게 상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손상된 피부에 식초나 소금물 등을 바르면 자극을 줘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로션이나 크림을 평소 사용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발라 주고 건조가 심한 피부에는 바셀린을 바르면 도움이 된다. ◇충분한 물ㆍ과일ㆍ휴식은 피부 위한 보약=피부는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충분한 휴식이 따라줘야 탄력과 생기가 유지된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 원푸드 다이어트, 술, 담배를 멀리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강진수 강한피부과의원 원장은 "특히 비타민CㆍE가 풍부한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좋다"며 "비타민C는 기미나 주근깨 등 피부 트러블을 막아주고 피부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비타민E는 콜라겐 형성을 도와 피부 노화를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비타민C는 감, 감귤, 사과, 신선한 녹색 채소 등에 많으며 비타민E는 호두, 땅콩, 해바라기 씨앗, 달걀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면 피부 건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바나나ㆍ율무ㆍ당근ㆍ토마토 등의 재료와 우유 또는 요구르트를 섞어 저녁에 주기적으로 팩을 실시해주는 것도 혈액 순환을 돕고 수분을 공급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안면홍조환자는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겨울철 바깥에서 실내로 들어갔을 때 코가 빨개지고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추운 곳에서는 혈관이 수축돼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혈관이 확장돼 피가 얼굴로 몰린 탓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어난 혈관이 곧 정상으로 돌아와 금방 원래의 얼굴색을 찾는 데 반해 빨개진 얼굴빛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딸기코라 불리는 '주사비'와 홍당무라 불리는 '안면홍조증' 환자들이다. 안면홍조 증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생활 속 예방법을 알고 실천한다면 증세를 다소 완화시킬 수 있다. 먼저 자외선 차단은 필수다. 자외선으로 생기는 피부노화는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 섬유를 파괴, 모세혈관 확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평소 세안을 할 때도 자극이 적은 세안제를 사용해야 하며 무리한 각질 제거나 필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쉽게 늘어나므로 과음은 금물이며 심한 피부 마사지도 삼가고 발랐을 때 따끔거리거나 자극적인 화장품과 비누는 사용하지 않는다.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갈 때 미리 손바닥으로 볼을 가볍게 마사지 해줘 온도를 높여준다. 심한 운동이나 맵거나 뜨거운 음식, 난로의 열기, 뜨거운 욕조, 사우나, 찜질방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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