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시나리오를 발표함에 따라 산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이는 곧 원가상승으로 귀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산업 부문별 세부 목표설정 작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은 이미 자체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인 불리함을 안게 되지는 않을지 고민하고 있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과 유럽에서도 산업 개별적인 감축 목표를 할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우리 기업들이 감축 목표를 할당 받을 경우 원가상승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국가 목표보다는 개별 기업에 대한 목표할당 등 규제가 어떻게 이뤄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측은 “이미 지난해 에너지 효율화, 신에너지 공법 등을 도입해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3건을 완료하고 5년간 7만8,000톤의 배출권을 승인 받았다”면서 “이처럼 규제보다는 업체의 에너지 효율화 및 탄소배출 감축기술 개발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지난 2004년 기후변화협약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나주공장 청정연료전환사업을 유엔에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건실한 성장과 함께 이뤄질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에너지는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산화탄소 포집 자원화, 관련 업체와의 협업 등 기존 저감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SK에너지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과 나프타분해공정에 촉매를 이용하는 저온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 사용이 줄고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으며 기술 자체도 수출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에너지관리공단과 청정개발체제(CDM) 컨설팅 계약을 맺고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감축실적 거래를 통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조공정에서 대규모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철강과 시멘트 업종도 긴장하고 있다.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포스코와 내년부터 고로를 돌리는 현대제철은 특히 정부 안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비용부담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고 현대제철 측은 “정부의 목표치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가 곤란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 감축 노력을 쏟고는 있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을 감안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자 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3년까지 총 5조4,000억원을 투자해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해 대비 50% 낮추기로 했고 제품의 에너지 효율도 40% 개선해 총 8,5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제품 생산과 사용단계에서 총 21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데 이어 2020년까지 사용단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연간 3,000만톤씩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정부 감축안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달 친환경차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 부문별 목표치를 정할 때 업계ㆍ업체 간 치열한 이해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시대의 대세지만 총량 규제를 실천하는 세부안 마련에서 지혜를 모아야 특정 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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