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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상으론 통화방어능력 “충분”/집중분석 한국에도 외환위기 올까
입력1997-01-20 00:00:00
수정
1997.01.20 00:00:00
신경립 기자
◎금융자유화·경상적자 등 「멕」과 경제상황 비슷/경제 대외의존도 축소·단기외자 차단/“거품주범” 외자 소비부문 유입 경계를/정부,자본시장 개입보다 정책기조유지 힘써야90년대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페소화 절하 압력을 받아온 멕시코는 94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이후 대규모 자본 유출사태를 맞이했다. 일주일동안 약 1백억달러의 외국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데 이어 이후 6개월간 페소화가치는 75%이상 떨어졌다. 이른바 「멕시코 외환위기」이다.
최근 한국 경제상황이 94년 당시 멕시코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연초부터 파업사태로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무역적자도 1·4분기중 사상최대인 88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정부측의 전망이 나와 멕시코외환위기에 대한 재판우려가 적지않다. 최근 외신은 「멕시코시티에서 서울로」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이 제2의 멕시코가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주요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중심으로 한국과 멕시코 경제를 비교분석, 외환위기의 가능성과 대응책을 진단한다.
◇멕시코 외환위기 왜 일어났나
94년말 시작된 멕시코외환위기의 발생원인으로는 우선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멕시코경제는 저축률이 낮아 해외자본으로 국내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기성 투자자금보다는 단기성 투기자금이 주로 유입되어 외자도입이 건설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외국자본이 투자확대에 이용되기 보다는 수입품 소비에 쓰여진 셈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대외부채 규모도 급증, 94년말 현재 부채규모가 약 1천3백65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해외차입자금은 장기적인 직접투자나 신디케이트 론보다는 투기성 포트폴리오 투자, CD, 유러 CP 등 단기적 성격의 자본이 대부분을 차지, 외부충격이 있을 경우 자본이 한꺼번에 대량 유출될 소지가 잠재돼 있었다.
정치·사회적 불안정도 한몫을 했다. 당시 멕시코에선 원주민 극빈층의 무장반란을 비롯, 노조원과 좌익단체 등의 반정부시위가 이어졌고 3월 집권당 대통령후보였던 콜로시오 피살, 9월 대통령 정치고문 피살이 발생하는 등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조성된 상황이었다. 이처럼 국가위험도가 높아지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자본을 회수하고 내국인들의 달러화 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환율정책과 고금리 통화정책의 실패도 결정적 요인이 됐다. 멕시코 정부는 89년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페소화 고평가정책을 유지하고, 이로인해 급속히 확대된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자본으로 보전하기 위해 인위적인 고금리정책을 폈다. 이러한 인위적 정책은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됐으나 국내기업의 투자와 대외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 해외자본의 실물투자 확대를 노린 정부의 자본자유화정책도 실패로 돌아가, 멕시코 금융시장은 투기성 단기자금 유출입 급증에 따른 불안정성과 대외의존도만 높아졌다.
◇한국과 멕시코의 유사점과 상이점
94년 당시 멕시코 경제와 96년 현재 한국 경제를 비교할 때, 지표상으로 한국은 충분한 통화 방어 능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난다. IMF에 따르면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5%를 웃돌 경우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는데, 94년 당시 멕시코가 7.8%를 기록한 데 반해 한국은 4.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GDP대비 외채비율도 20%로 94년 당시 35%를 나타낸 멕시코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부채 대비 외환보유액 역시 멕시코가 20%를 기록한 반면 96년 현재 한국은 56%를 나타낸다.
그러나 지표가 아닌 경제상황을 비교해 보면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당시 멕시코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유사점으로는 우선 우리나라 OECD가입이 결정됨으로써 금융 자유화의 초기단계에 놓이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투자와 저축간 균형이 잡히지 않아 경상수지 적자도 확대되는 상황이고, 총외채중 단기 외채 증가, 외환보유액의 감소추세도 두드러진다. 특히 단기 자본수지의 경우 96년 9월 현재 12.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자본유입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국제수지 악화가 지속되고 외채 증가와 외환 보유의 감소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외환 위기 증후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단기부채 대비 외환 보유액이 30%이내로 감소 ▲수입금액 대비 외환 보유액이 2배 이하로 감소 ▲GDP대비 외채가 30%에 근접하는 등의 양상을 보이는 경제는 심각한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또 한국의 경우 올해 자유변동환율제도가 도입돼 환율변동폭이 확대될 경우 정부의 제도 전환 발표를 기점으로 원화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멕시코도 자유변동제로 전환한뒤 사실상 환율정책을 포기할 만큼 환율이 급등(가치하락)했다.
◇멕시코 위기에서 얻는 교훈과 우리의 대응책
멕시코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우선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해외 유입자본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멕시코 사태는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자금부족을 외자로 보전할 경우 결국 대외지급불능사태가 초래되고, 외자가 비생산적 소비에 유입될 경우 경제가 거품화된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 보였다.
명목환율의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인위적 개입이 통화확대를 초래함으로써 결국 실질환율을 상승시킨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한다. 멕시코 사태가 보여주듯이 자본자유화시기엔 자본 유입 조정 등 정부의 외환개입은 아무런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장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에 힘써야 한다. 외환 위기는 결국 금융시장 전체의 문제이므로 금융시장 안정을 통해 금융 자산 투자를 유도, 국내외 자금의 효율적 분배를 유도함으로써 자본 수지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외자본의 대량 유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일관성 있는 경제기조를 추진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탄탄히 하고, 위기에 대비하여 IMF 등 국제기구와 협력관계를 다져 놔야 한다.
조만간 변경될 예정인 환율제도에 대해선 특별히 신중한 자세가 요망된다. 현상황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것이나 그 이전에 환율변동폭을 확대하거나 적응 시간을 충분히 둠으로써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환시기는 자본시장 개방 이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경립>
◎외환위기란/화폐가치 급락 등으로 채무변제력 상실
외환위기는 금융위기의 한 형태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 외채 증가, 외환 보유액 감소 등 국제수지 지표의 악화로 통화 방어력이 결여돼 자국화폐가치가 급락하거나 외환 보유고 급감으로 채무 변제 능력이 없어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금융위기는 금리나 금융자산가격(증권 토지 채권)등 금융상품의 가치가 급격히 절하되고 금융기관 역할마저 마비되는 포괄적인 금융체제의 위기를 일컫는다.
외환위기는 환율제도의 형태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자유변동환율제도하에서는 자국화폐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떨어져 환율이 급락할 수 있고 고정환율제도에선 정부가 환율유지를 위한 시장개입을 지속함에 따라 외환보유 고갈이 초래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변동환율제도하에선 두 제도의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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