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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논란'에 후보자 안갯속 낙점만 기다리며 서로 눈치보기

■ 인사 지연이 만든 공기업 풍경<br>에너지기업·금융계열 등 경영전략 못짜 사업표류<br>민간기업·단체까지 불똥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인 가스공사 사장 인선 과정은 요즘 술자리에서 공기업 인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안줏거리로 등장한다. 당초 가스공사 사장에는 산업부 차관 출신의 한 인사가 낙점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내정 단계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모피아(옛 재무관료) 독식 얘기가 나오면서 관료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왔고 이 때문에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내부 출신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후 공기업 인사는 이렇다할 방향성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내부 직원들은 물론 관료사회에서도 서로 눈치만 본 채 청와대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공기업 인선 지연은 이렇게 관계와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들에까지 웃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선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유력한 사장 후보들의 명단은 수시로 바뀌고 기업 내부에서는 하반기 업무공백마저 본격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내정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자 후보들이 단순히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인맥을 총동원해 적극적으로 뛰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굵직굵직한 공기업들의 인선이 늦어지다 보니 업종 단체 등 민간 영역에도 지연 인사 불똥이 튀고 있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가스공사의 인사가 상황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서부발전은 당초 조인국 전 한국전력 부사장이 유력 후보였으나 최근에는 서부발전 출신인 박종훈 발전회사협력본부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남동발전 사장도 발전회사 출신들과 민간 출신들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산업기술진흥원 원장 등 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장악했던 자리도 최근에는 인선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애초 모피아 낙하산 논란이 촉발된 금융권은 더욱 혼잡한 분위기다. 우리금융 계열사 인선은 벌써 두달째 지연되고 있다. 우리카드ㆍ우리PEㆍ우리F&Iㆍ우리FISㆍ우리아비바생명ㆍ우리자산운용ㆍ광주은행ㆍ금호종금ㆍ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모두 중단돼 있다. 이번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광주은행장 선임도 우리지주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면접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연 인사 속에서 기업들의 하반기 업무계획 수립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우리카드의 경우 하반기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광주은행은 6월 말 실시되는 정기 인사이동도 실시하지 못했다.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달 말 소집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전략회의도 파행을 빚었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도 "일상적인 발전 업무야 차질이 없지만 정부가 지시하는 해외사업 정리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기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공기업의 지연 인사는 또 금융 유관협회나 각 업종 단체장 등 민간 영역으로도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 협회 수장의 인사가 지연되면서 정부와 협력해서 해야 할 업무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경우 강영구 원장이 지난달 29일 이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원장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권흥구 부원장의 원장대행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후임 개발원 원장으로는 김수봉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 역시 안택수 이사장의 임기가 이미 끝났지만 후임 인사가 결정되지 않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기침체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질질 끌고 있는 인사로 인해 중심을 잡아야 할 신보의 역할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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