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외화대출 가운데 하나인 수출환어음의 매입수수료율(환가료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외화 조달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로서는 환가료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90일물 환가료율'은 이날 현재 평균 3.22%로 지난달 초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4월9일 3.05%였던 환가요율은 이달 들어 오름폭을 확대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A기업이 90일 이후에 입금되는 조건의 외상수출 금액 100만달러를 거래은행에 한 달 전에 매입요청(네고)을 했다면 3.05%의 환가료율이 적용돼 3만500달러를 냈지만 이날에는 수수료율 3.22%가 적용돼 3만2,2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원화로 환산할 때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새 228만원의 수수료로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환가료는 은행이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등을 매입하고 외화 수출대금을 미리 기업에 지급하면서 이자 성격으로 받는 수수료다. 국제 간 거래의 기본금리가 되는 리보(LIBOR)에 각 은행의 환가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더해져 최종 요율이 결정된다. 따라서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가산금리에 영향을 미쳐 환가료율도 상승하게 된다. 기업들은 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을 거부하면 원자재 구입이나 외국산 설비구입 자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환가료율이 오르더라도 고스란히 인상분을 수용해야 한다. 특히 환율 하락으로 수출단가 상승과 마진 하락 등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가료율까지 오르고 있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환가 스프레드를 조정해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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