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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입국장 E구역에서 각자 짐을 찾고 있었다. 이 때 공항세관 소속 윤병규 로버(사복 순회감시)요원은 거동이 수상한 한 30대 남성을 포착됐다. 기내 휴대용 가방을 들고 입국한 노모(38)씨가 짐을 찾는 듯 기다리다가 단체여행객 사이에 끼어 마샬라인(세관 감시라인)을 통과하려던 참이었다. 윤 요원은 재빨리 마샬라인 요원에게 무전을 보내 노 씨의 입국을 정지시키고 세관검사 협조를 요청했다. 세관 지정검사대 앞에 놓인 기내용 가방에는 어느새 수하물 태그(tag)가 붙어있었다. 가방에서는 가짜 루이비통 가방 4점과, 롤렉스 손목시계 10점 등 모두 58점의 이른바 ‘짝퉁’ 명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품으로 추정할 때 시가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물품들이었다. 최근 환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오가는 여행객이 늘어나자 공항세관 로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로버요원은 사복 차림으로 입국장에 포진해 있으면서 밀수 혐의가 있는 입국자를 세관 지정검사대로 이끄는 게 주요 임무. 인천공항세관 휴대품검사관실 장용수 계장은 “환율 하락에다 주말을 이용한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나면서 마약이나 약품류, 고액물품의 밀반입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이에 따라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밀반입을 시도하려는 여행객들이 로버요원의 주요 감시대상이며 작은 행동거지나 표정, 차림새 등을 꼼꼼히 살피면 이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특수제작된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 안쪽에서 발견된 마약류 MDMA 2만정도 로버요원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사례로 꼽힌다. 수하물에 대한 X레이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우범자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한 로버요원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근무하고 있는 로버요원은 모두 70명. 마샬라인을 통과하는 입국자를 세관 검사대로 안내하는 마샬요원까지 더하면 100명에 이른다. 이들이 경제국경의 최일선에 종사하는 세관 지킴이인 셈이다. 최근 우범자들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지능화됨에 따라 이들 로버요원의 업무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주말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심야 항공기가 늘어나면서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항공기 도착이 몰려 밤을 지새우기 일쑤이다. 로버요원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로 이어지는 근무조도 있다. 장 계장은 “오랜 실내 근무에 따른 시력저하,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장애 등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많지만 검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에 부딪힐 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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