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엔화 약세 등 대내외 악재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내년 증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연말이면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도 내년 코스피는 마땅한 호재를 찾기 힘들다며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증권사가 제시한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평균 1,851~2,19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내놓은 2014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 평균치 1,921~2,345포인트보다 상단은 151포인트, 하단은 70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내년 코스피 예상치를 확정한 증권사 가운데 동부증권(016610)이 1,930~2,300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교보증권(030610)은 지난해보다 상·하단 모두 100포인트씩 낮춘 1,750~2,150포인트의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되면서 '상저하고'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은성민 메리츠종금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중반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된 후에야 국내 증시도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상고하저'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003540)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의 사이클을 감안할 때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더 좋을 것"이라며 "내년 1~2월은 내수경기 민감주와 지배구조 관련주, 5~7월에는 수출주가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투자 유망업종으로 금융·정보기술(IT), 헬스케어·제약업종 등을 추천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005940) 투자전략팀장은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의료소비 확대에 따른 헬스케어와 제약업종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IT·금융 분야가 다른 종목에 비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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