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매각협상을 진행하던 곳과는 협상을 종결했습니다. 경영정상화에 매달리느라 매각작업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회사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굳이 서두르지 말고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B저축은행 관계자) "최근 저축은행 두 곳 정도와 접촉해봤는데 턱없이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더라고요. (저축은행 정상화라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니까 더 튕깁니다. 정부가 인수희망자와 매물을 모아놓고 딜을 해보라는 방식을 접어야 협상이 가능해집니다. 지금은 도저히 인수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A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 자산순위 상위에 해당하는 A저축은행은 연초 개인자산가와의 매각협상을 종결했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은 건전성이 악화돼 금융 당국으로부터 지난해 8월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상황. 6개월이 되는 다음달까지 경영개선이 안 되면 금융 당국으로부터 일부 사업 매각, 경영진 교체, 증자 등의 요구를 받지만 현재 무척 느긋한 표정이다. 정부가 인수합병(M&A)을 위한 큰 장을 한꺼번에 열어주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면 몸값은 올라간다'는 것이 A저축은행의 계산이다. 대형 금융사와 협상을 진행하던 B저축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가격이 맞지 않는다'며 협상 테이블을 거둬들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며칠 사이 저축은행 몸값이 최소 20%는 뛰어올랐다"며 "(저축은행) 가격이 너무 올라 인수하더라도 계륵이 될 것이라며 (인수희망자들이) 한발 빼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까지도 적자경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매각을 서두르던 저축은행들이 이제는 '대접을 제대로 하라'며 목에 힘을 주고 있다. 살 사람이 많으면 물건을 파는 쪽이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저축은행들의 태도가 돌변한 시점이 정확히 지난해 말 정부가 '저축은행 구하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찮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의 팔을 비틀면서까지 저축은행 구하기에 나서자 일부 저축은행들이 도를 넘은 버티기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내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리대상'과 '회생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해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지금처럼 '배째라식 버티기'를 하지 못하게 해야 거래나 협상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 정상화를 겨냥한 금융 당국의 바쁜 움직임이 오히려 저축은행 및 오너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며 "부실 저축은행이 자본력 있는 새 주인을 만나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높게 책정된 저축은행의 매각 프리미엄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