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갔다. 국내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중심국가인 한국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화학·조선·철강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투자 시장에서도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으로 그동안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재테크의 대체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어온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이 흔들리면서 위험자산으로 대거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자산 매입 규모를 기존 매월 850억달러에서 700억달러 규모로 줄이는 등 테이퍼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으로 시장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과 중국 경제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 이사는 "유럽과 중국 등 부진했던 경제권의 회복과 미국 경제의 순항은 결국 한국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며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내년 3.5% 내외로 오르고 2015년까지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수출 호조와 내수 경기 회복이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이사는 "글로벌 경기가 실질적인 회복세에 들어가고 국내 기업들의 수혜로 이어질 경우 내년 한국 증시는 예상외로 장기 랠리에 진입하는 첫해가 될 수도 있다"며 "섬유의복·유통·타이어·IT·자동차 등 경기민감 소비재 산업이나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 건설·조선 등 산업재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코스피지수 상승을 예상하며 그 이유로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의 뛰어난 재무건전성,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지난 100년간 찍어낸 돈을 3개월 만에 시장에 공급했고 중국과 유럽도 유동성을 확대했다"며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만 소외됐는데 이제 한국으로도 자금이 조금씩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면서 외환 보유액을 확충해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애플의 분기 이익을 추월하고 현대·기아차도 세계 시장 점유율 8.8%대에 이르는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화학·조선 등 소재·산업재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꼽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이들 업종이 그동안 수요 대비 공급 초과 상황이 지속됐다면 앞으로는 수요가 이끄는 업황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IT와 자동차도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요 개선에 따른 수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내년 한국 증시가 아시아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견조한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비중의 80% 정도가 수출이나 글로벌 현지 생산 기업들로, 글로벌 경기 회복은 곧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태우 피델리티자산운용 전무는 "2014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 기업이익 예상 성장률은 12.2%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이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밸류에이션은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한국 자체의 과거 5년 평균보다도 약 7% 정도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무는 이어 "내년 IT의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고 조선·화학·철강·플랜트 등 산업재·소재 업종도 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피델리티 코리아 펀드도 이들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 증시의 위험 요인도 있다. 글로벌 유동성과 환율 리스크가 그것이다. 이 이사는 "미국 출구전략에 의한 유동성 회수 효과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원화의 과도한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정부 정책 실기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 지연 등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도 "한국은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원화가 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절상 속도가 가파르면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가능성이 있어 원화 절상의 속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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