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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외환위기 주변국 확산
입력1997-07-11 00:00:00
수정
1997.07.11 00:00:00
이병관 기자
◎바트화 폭락에 필리핀 증시 급락/말레이시아도 링기트화 투기 우려바트화 폭락에 따른 태국의 외환위기가 주변 동남아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중앙은행이 자국통화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을 하고 있으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금융당국은 10일 필리핀 페소화를 투기로부터 지키겠다고 밝혔으나 중앙은행이 페소화 방어정책을 뒷받침할 수단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시가 4.1% 급락했다. 가브리엘 싱손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기존의 환율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했으나 로버트 드 오캄포 재무장관이 『수주내 페소화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지난 7일 이후 페소화는 투기 대상이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에도 투기꾼들이 손길을 뻗치자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수일째 시장개입을 통해 링기트화를 매입하고 있다. 아마드 모드 돈 중앙은행 총재는 『태국의 변동환율제 시행이후 링기트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장의 외환위기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 태국의 바트화 폭락에서부터다. 국제수지 불균형과 경제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던 태국은 지난 2일 변동환율제 도입을 선언하자 바트화가 하루 사이에 20% 가량 떨어졌다. 이와함께 태국 중앙은행은 일반은행에 대한 금리를 10.5%에서 12.5%로 올렸다. 태국정부는 바트화를 적당히 떨어뜨려 수출을 회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바트화 약세가 진정되는 등 태국정부의 의도는 맞아떨어졌지만 인접국인 필리핀, 말레이시아로 불똥이 옮겨간 것이다. 금리와 환율이 서로 평형을 이루고 있었던 이들 국가가 태국의 급작스런 조치로 경제변수를 새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시장 관계자들은 동남아 국가들의 여건이 비슷해 태국이 바트화 하락을 통해 수출여건을 개선해 나갈 경우 같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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